세계 첫 크리스퍼 카스9(Cas) 유전자편집 치료제 후보로 꼽히는 '엑사셀'이 미국 허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시판승인 여부를 평가하기 위한 미국 식품의약국(FDA) 자문위원회가 효능이 입증됐다고 판단하면서다. 다만 이들은 15년 간 추적관찰을 해야 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FDA는 다음달 8일 승인 여부를 발표한다.

엑사셀 자문위, 추적관찰 권고

31일(현지시간) 크리스퍼테라퓨틱스는 버텍스와 공동 개발 중인 엑사셀에 대한 자문위 회의가 종료됐다고 발표했다.

겸상적혈구빈혈(SCD)은 베타글로빈(HBB)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인해 발생하는 질환이다. HBB의 돌연변이는 겸상 헤모글로빈(Hbs)이라는 비정상적 헤모글로빈의 생성을 유발한다. Hbs에 의해 환자의 몸에서 낫 모양의 적혈구가 생겨나며 이로 인해 적혈구가 혈관을 통과하지 못하고 적체된다.

결과적으로 조직에 산소가 공급되지 않고 빈혈, 급성흉부증후군, 뇌졸중, 황달 및 심부전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른 사람의 줄기세포 이식하는 치료법이 있지만 전체 환자의 20% 미만에게만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열린 자문위 회의에 참석한 전문가(패널)들은 엑사셀이 SCD 치료제로 승인 된 후 잠재적인 안전성 위험을 확인하기 위해 15년간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다.

엑사셀의 치료 효과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었다. 공개(오픈라벨) 방식으로 진행된 임상 3상에서 엑사셀은 1차 및 2차 유효성 평가 지표를 모두 달성했다.

엑사셀은 크리스퍼 카스9 유전자가위를 활용한 SCD 치료제 후보물질이다. 크리스퍼 카스9 유전자가위는 DNA의 염기서열 중 특정한 염기서열을 찾아가는 가이드RNA와 유전자를 잘라내는 카스9를 결합해 유전자를 편집하는 기술이다.

엑사셀은 환자 본인의 줄기 세포를 채집하고 체외에서 유전자를 편집해 태아형 헤모글로빈(HbF)의 생성을 유도한 후 다시 투여한다. 엑사셀은 HbF 단백질 생성을 조절하는 BCL11A라는 유전자를 편집한다.

이때 이론적으로 의도하지 않은 유전자가 편집될 위험이 있다.

FDA가 우려한 ‘비표적 효과’…자문위 “승인 후 검증 가능”

FDA도 이런 부분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자문위 회의 개최에 앞서 FDA는 회의 안건이 담긴 요약(브리핑) 문서를 공개했다.

FDA는 자문위가 엑사셀이 비표적효과(Off target Effect)에 대한 안전성을 충분히 검증했는지에 대해 논의할 것을 제시했다. 비표적효과를 예측하기 위해 수행된 컴퓨터 시물레이션(in silico) 및 세포 실험에 사용된 모집단이 실제 예상 환자 집단을 대표하기에 너무 적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버텍스와 크리스퍼는 알고리즘을 활용해 비표적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 부위를 식별하고 기증자의 세포에 대한 전장유전체분석(WGS) 결과를 토대로 안전성을 검증했다. 미국 남서부 출신 61명을 포함한 총 661명의 WGS 데이터가 포함됐다.

이날 자문위는 FDA의 우려사항에 대해선 승인 후 안전성 평가가 가능할 것이라고 의견을 모았다. 테비 아산 자문위원장은 회의 결과를 정리하며 엑사셀의 비표적효과에 대한 분석이 합리적으로 상세하지만 추가 연구가 필요할 수 있다는 데 동의했다. 아산은 버텍스가 환자를 계속 관찰(모니터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버텍스는 자문의 회의 개최에 앞서 시판 후 안전성 모니터링을 위한 안전성 연구를 진행할 것을 제안했다. 엑사셀을 투여받은 250명의 SCD 환자와 동종 조혈모세포이식을 받은 환자를 비교하는 연구다. 해당 연구 계획에 따르면 15년간 추적 관찰 후 안전성 결과를 최종 평가하게 된다.

FDA는 처방의약품신청자수수료법(PDUFA)에 따라 내달 8일까지 엑사셀의 품목허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자문위 권고는 구속력은 없지만, FDA는 통상적으로 자문위의 권고를 따른다.

박인혁 기자 hyuk@hankyung.com

**이 기사는 2023년 11월 1일 14시 6분 <한경 바이오인사이트> 온라인에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