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치료제가 올해 세계 주식시장을 뒤흔들면서 시장에서는 덴마크 노보노디스크와 미국 일라이릴리의 뒤를 이을 차세대 수혜주를 찾고 있다. 아직 임상시험을 진행 중인 기업도 눈여겨볼 만하다는 분석이 나온다.비만 치료제 개발사 가운데 ‘대장주’로 꼽히는 노보노디스크 주가는 올해 들어 30일(현지시간)까지 42.46% 올랐다. 역시 선두 주자로 여겨지는 미국 일라이릴리 주가는 같은 기간 54.63% 상승했다. 이들 기업은 ‘게임체인저’로 평가받는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GLP)-1 계열 치료제를 개발했다.여러 제약사가 비만 치료제 시장에 뛰어든 가운데 조만간 의미 있는 임상시험 결과를 내놓을 기업이 추가로 등장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미국 은행 파이퍼샌들러의 야스민 라히미 애널리스트는 최근 투자 노트에서 자신이 추적하는 비만 치료제 연구 건수만 78개 회사의 150개 이상이라고 했다.미국 CNBC는 비만 치료제를 개발 중인 기업 가운데 연말께 호재가 기대되는 기업으로 화이자, 알티뮨, 스트럭처테라퓨틱스, 턴스파마슈티컬스, 바이킹테라퓨틱스 등을 선정했다. 알티뮨은 지난 26일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및 비만치료제 후보물질인 펨비두타이드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패스트트랙 지정을 받았다는 소식에 주가가 6% 뛰었다. 하지만 이 회사 주가는 연초 대비로 보면 85% 이상 하락한 상태다. 펨비두타이드가 비만 및 당뇨병 치료에는 유효성을 보였지만, 부작용이 커 안전성 우려가 나왔기 때문이다.화이자는 경구용 GLP-1 후보물질인 다누글리프론의 임상 2b상 연구를 진행 중이다. 하루 두 번 먹는 약으로 개발 중이며 연구 결과는 연말에 발표될 예정이다.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수요가 감소하면서 화이자 주가는 연초 대비 40%가량 하락했다.스트럭처테라퓨틱스의 GSBR-1290, 턴스파마슈티컬스의 TERN-601 등도 경구용 비만 치료제 후보물질이다. 연내 시험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바이킹테라퓨틱스는 경구용 비만 치료제인 VK2375에 대한 시험 결과를 당초 예상보다 늦은 내년 1분기 발표할 예정이다.이처럼 많은 기업이 비만 치료제 개발에 나선 건 그만큼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는 비만 치료제 시장이 2030년까지 1000억달러(약 136조원)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루이즈 첸 캔터피츠제럴드 애널리스트는 “5~10년 뒤에는 비만 치료제 시장에 더 많은 회사가 뛰어들 것”이라며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현재 제품이 충족하지 못한 요구를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
“미래에 일부 CDMO 설비의 통폐합이 일어날 것입니다.”크리스티안 모렐로 론자 바이오콘주게이츠 사업부 총괄(사진)은 최근 스페인 바르셀로나 제약·바이오 콘퍼런스(CPHI 2023)에서 연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내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업계의 과잉 증설 계획을 지적하며 이같이 말했다. 연매출 9조3600억원 규모인 스위스 론자는 125년 역사를 지닌 세계 최대 CDMO 업체다. 그는 항체약물접합체(ADC) 관련 사업을 이끌고 있다.그는 “최근 CDMO업계의 생산능력 확대 경쟁이 벌어지고 있지만 10년 뒤 활용처를 찾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32년까지 7조5000억원, 롯데바이오로직스는 2030년까지 3조2000억원을 각각 CDMO 공장 증설에 투자키로 한 한국 상황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모렐로 총괄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선 “아주 높은 생산능력으로 10년간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10년 후 어떤 수요가 있을지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그는 국내 대기업이 상업화 단계의 대량 생산이 필요한 글로벌 제약사 제품에만 관심을 가질 뿐 임상단계 제품, 다품종 소량 생산이 필요한 제품에는 관심이 없다는 점도 꼬집었다. 코로나19를 근거로 들었다.모렐로 총괄은 “코로나 팬데믹 당시 백신을 제외하고 모든 신약 개발 임상이 중단됐다”며 “그 여파로 10년 후 상업화 단계 제품 수는 지금보다 오히려 적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모든 비즈니스에는 주기(cycle)가 있다”며 매출 구조의 다변화를 강조했다. 또 “다양한 바이오텍과 업무 기반이 없는 회사는 나중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했다.론자의 매출 구조는 ADC를 포함한 바이오의약품 분야가 52%, 캡슐 및 헬스·원료 분야(CHI)가 20%, 저분자화합물이 13%, 세포·유전자가 11%를 차지하고 있다.10년 후 매출 비중 전망에 대해 “여전히 바이오의약품 CDMO에서 상당한 매출이 나올 것”이라면서도 “세포·유전자의 경우 론자가 개발한 개인 맞춤형 세포치료제 자동화 장비(코쿤) 등 기술적 진보에 따라 어느 정도 성장할지 예측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ADC 시장 전망에 대해선 “분명히 다가올 큰 트렌드”라며 “암치료제뿐만 아니라 백신 등으로 활용처가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바르셀로나=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미국 애브비가 의약품 가격인하를 골자로 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영향으로 주가가 하락했지만 안정적인 흐름을 되찾을 것이라고 한국투자증권이 31일 분석했다.지난 3분기 애브비는 매출 139억3000달러(약 18조7400억), 영업이익 22억8000달러(약 2조9600억원)를 올렸다. 애브비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 매출은 35억달러다. 위해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 전망 대비 (휴미라) 매출 감소폭이 크지 않았다”며 “스카이리지와 린보크 매출 성장도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스카이리지는 건선 치료제, 린보크는 류마티스 관절염치료제다. 스카이리지의 글로벌 건선 시장 점유율은 약 33%에 달한다. 린보크 역시 크론병 2차치료제 시장에서 점유율 25% 이상을 확보 중이다. 두 약물은 애브비가 제 2의 휴미라로 키워내기 위해 힘쏟고 있는 대표적인 파이프라인이다.실적 발표 당일 애브비의 주가는 4.32% 하락했다. 임브루비카 손상 비용이 생각보다 컸던 게 한몫했다. 위해주 연구원은 “혈액암 치료제인 임브루비카는 애브비 전체 매출의 4.9%를 차지할 전망”이라며 “지난 8월 미국 정부의 약가 인하 대상 품목에 포함됐다”고 말했다.이어 “인하율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고 해당 약가는 2026년부터 적용될 예정”이라며 “이번에 임브루비카 손상 비용을 21억달러 반영한 점이 주가 하락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다만 임브루비카 매출 감소 리스크는 최소화될 수 있다고 위 연구원은 분석했다. 매출 비중이 크지 않은데다, 2026년 12월 임브루비카 특허 만료가 이미 예견돼있기 때문이다.위 연구원은 “앱킨리 등 항암제 신제품으로 (임브루비카의) 공백을 메울 것”이라며 “휴미라 매출 감소도 예상보다 크지 않았기 때문에 자가면역질환 시장 특성상 매출 감소 우려는 최소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