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사실상 지상전에 돌입했다. 40년 만의 최악 인플레이션 속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 국채 금리 급등 등 세계 경제를 침체로 몰아넣을 요인이 산적한 가운데 ‘5차 중동전쟁’ 위기감마저 고조되면서 세계 경제는 ‘시계 제로’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무엇보다 유가 향방이 관건이다.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중동 위기는 1973년 이후 50년 만에 다시 오일 쇼크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란이 개입해 확전으로 번지면 국제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를 웃돌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만에 하나라도 이란이 세계 원유 20%가 지나가는 호르무즈 해협을 폐쇄할 경우 25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내년 세계 물가상승률은 기존 예상보다 1.2%포인트 올라 6.7%에 달하고, 경제성장률은 1.0%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90%가 넘는 한국에는 그야말로 치명적이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유가가 연평균 100달러만 돼도 경제성장률이 0.3%포인트 떨어진다. 소비자물가는 1.1%포인트 상승하고 경상수지 흑자가 305억달러 줄어든다. 안 그래도 끈적한 물가를 잡기 위해 미국 등 각국의 금리 인상 기조가 더욱 거세지면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신(新)3고’ 역시 가속화할 수밖에 없어 실물경제에 미치는 충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한국은행은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로 1.4%와 2.2%를 제시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3.5%와 2.4%다. 올해 두바이유 가격을 배럴당 81달러로 전제했을 때 얘기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유가가 80달러 중반을 넘어설 경우 우리나라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수정해야 할 것”이라고 했는데, 우려는 현실이 되고 있다. 정부는 ‘상저하고’로 대변되는 낙관을 접고 위기관리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불확실성이 커진 경제 환경에 맞춰 재정·통화·금융정책 전반을 재점검하고,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상정해 다각도의 대응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빚더미에 오른 가계·기업도 허리띠를 죄고 춥고 긴 겨울에 대비해야 한다. 경제 주체 모두 위기의식을 끌어올려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