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콩팥팥'·'몽골몽골'·'어쩌다 사장' 등…평소 친분 두터운 연예인 섭외
"동전의 양면…익숙한 재료로 새로운 재미 자아내야"
자연스런 케미 폭발…연예인 친분 이용 '찐친 예능' 속속
"근데 우리끼리 놀러 가는 느낌이기는 하네요.

너무 편하다.

잘 모르는 사람 있으면 불편할 수 있잖아." 김우빈이 운을 떼자 이광수는 "맞아. 괜히 MBTI 물어봐야 되고…"라며 맞장구친다.

연예계 '절친'으로 알려진 김우빈, 이광수, 김기방, 도경수. 김우빈은 만나자마자 서로의 옷차림과 말투를 트집 잡으며 티격태격한다.

김기방은 소속사에서 싸준 간식과 준비물을 바리바리 챙겨온 이광수를 '네가 아이돌이냐?'며 놀리고, 편하게 입고 모이자는 형들 말에 혼자 반바지 차림으로 등장한 도경수는 어처구니없다는 듯 헛웃음을 짓는다.

지난 13일 첫 방송을 시작한 tvN 새 예능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이하 '콩콩팥팥')은 친한 친구들끼리 농촌에서 작은 밭을 일구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유쾌한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풀어낸 프로그램이다.

보통 예능 프로그램들은 기획 후 출연진을 섭외하기 마련이지만 '콩콩팥팥'은 섭외가 먼저였다.

연출을 맡은 나영석 PD는 앞선 제작발표회에서 "이광수 씨가 친한 친구들과 같이 프로그램해보고 싶다고 먼저 연락해왔다"며 "네 분과 함께 무엇을 하면 좋을까 오랜 기간 기획하다가 콘셉트를 농사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자연스런 케미 폭발…연예인 친분 이용 '찐친 예능' 속속
실제 친한 친구들을 모아두니 케미가 돋보인다.

이광수와 도경수는 마치 톰과 제리처럼 쉴 틈 없이 서로 치고받고, 김기방은 옆에서 한마디씩 거들면서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예능 프로그램에 게스트가 아닌 고정 멤버로 처음 출연하는 김우빈은 조곤조곤 던지는 한마디 한마디가 웃기다.

시청자들은 "넷이 서로 재밌어하니 나도 보면서 같이 노는 느낌이 들어서 즐겁다", "서로가 편해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모습이 신선하다", "케미가 좋으니 게임 같은 게 없어도 농사 하나로 힐링도 되고, 소소한 재미가 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첫 회 시청률 3.2%로 출발한 '콩콩팥팥'은 매회 시청률 상승세를 그리며 3회 시청률 4.4%를 기록했다.

자연스런 케미 폭발…연예인 친분 이용 '찐친 예능' 속속
지난 13일 종영한 JTBC '택배는 몽골몽골'도 '찐친 케미'가 돋보인 예능이다.

택배 인프라가 부족한 몽골에서 '76년생 용띠 절친' 가수 김종국, 홍경민, 배우 장혁, 차태현, 홍경인과 열다섯 살 차이 나는 막내 배우 강훈이 택배를 하는 과정을 담았다.

프로그램은 김종국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했던 장혁이 꺼낸 말 한마디로 시작됐다.

장혁은 제작발표회에서 "'우리끼리 말 타러 몽골 가면 재밌겠다'는 말을 꺼냈다가 실제로 가게 됐다"며 "어릴 때부터 서로를 알았지만 이제 서로 얼굴 보는 게 어려워서 어디든 함께 같이 가는 게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26년간 함께 버텨온 '용띠 클럽' 멤버들은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를 살뜰하게 챙긴다.

얼큰하게 취해 서로를 얼싸안고 목청 터져라 추억의 노래를 부르는 장면에서는 웃음을, 좁은 텐트 안에서 공황 장애가 와서 힘들어하는 친구의 곁을 묵묵히 지켜주는 장면에서는 잔잔한 감동을 안긴다.

"인생에 저런 친구가 있는 사람들은 참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얼마나 친하면 모여서 하는 얘기가 맨날 똑같아서 귀엽다", "40대 아저씨들이 자기네들끼리 킥킥거리는 모습이 반인데도 재밌고 좋다" 등의 시청 평이 나왔다.

지난 26일 첫 방송을 시작한 tvN '어쩌다 사장' 시즌3도 친한 친구 사이인 조인성과 차태현이 사장으로 합을 맞추는 프로그램이다.

둘이 시골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프로그램으로 시작했지만, 이번 시즌은 미국 서부에서 진행됐다.

자연스런 케미 폭발…연예인 친분 이용 '찐친 예능' 속속
친분 있는 출연진을 섭외해 진행하는 예능 프로그램들은 자연스러운 케미가 보장돼있다는 점에서 비교적 안전한 선택이다.

하지만 익숙한 캐릭터, 익숙한 관계성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식상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김교석 대중문화 평론가는 "이미 친한 출연진의 보장돼있는 케미는 동전의 양면 같다"며 "비교적 기획이 쉽기 때문에 요즘 자주 나오는 것 같은데, 익숙한 재료로 새로운 재미를 만들어 내는 것이 숙제"라고 짚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