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41세 AI 분야 권위자 임명한 것과 비교되며 비난 확산
뒤늦게 알고 "짜증낸" 멜로니 총리…집권 연정 내 긴장 고조
伊 정부 AI 위원장에 85세 전 총리 임명…비전문가 낙하산 논란
이탈리아 정부가 최첨단 기술 분야인 인공지능(AI) 관련 위원회 수장으로 해당 분야와는 거리가 먼 줄리아노 아마토(85) 전 총리를 임명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야당은 전문적인 역량이 요구되는 자리에 비전문가를 낙하산으로 앉혔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뒤늦게 임명 소식을 들은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불만을 대놓고 드러내는 등 집권 연정 내 정치적 긴장도 고조되는 모양새다.

25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에 따르면 아마토 전 총리는 지난 18일 총리실 산하 AI 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됐다.

이 워원회는 AI 기술이 정보 환경에 초래할 위험을 평가하는 임무를 맡는다.

1983년 정계에 입문한 아마토는 1992∼1993년과 2000∼2001년 두 차례에 걸쳐 총리직을 역임했다.

이외에도 헌법재판소장과 반독점위원회 위원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정치 경험은 풍부하지만 첨단 기술 분야에는 문외한에 가까운 그가 AI 수장으로 임명된 것을 놓고 전형적인 비전문가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소셜미디어(SNS)에서는 아마토 전 총리가 알고리즘, 머신러닝, 챗GPT 등 급변하는 AI 기술을 이해하는 것은 고사하고 구글로 AI가 뭔지 검색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조롱 섞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그의 임명은 지난 6월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AI 분야의 권위자인 41세의 이언 호가스를 AI와 관련된 위험을 조사하는 태스크포스의 책임자로 임명한 것과 비교되며 언론의 집중 공격을 받았다.

일간지 라스탐파는 "런던은 38세(실제로는 41세)의 이언을 선택한 반면 로마는 85세의 아마토를 선택했다"고 헤드라인을 뽑았다.

이 신문은 아마토에게 "알고리즘이 뭔지 아는가.

아니면 구글에서 찾아볼 수는 있는가"라고 물은 뒤 "왜 젊은 사람을 임명하지 않는가.

능력 있는 사람은 많다"고 지적했다.

한 야당 의원은 아마토 전 총리를 멸종한 공룡에 비유했다.

오성운동(M5S)의 엠마 파바넬리 하원의원은 "이 정부하에서 우리는 젊은이들을 고려하지 못하는 나라, 낡고 보수적인 비전에 갇힌 공룡 독재 국가가 되어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파바넬리 의원은 이번 임명은 진정한 전문가를 임명한 영국의 결정과 비교했을 때 "터무니없다"고 말했다.

AI 위원회 수장으로 아마토 전 총리를 추천한 사람은 집권 연정을 구성하는 3개 정당 중 하나로, 고(故)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설립한 중도 우파 정당인 전진이탈리아(FI) 소속의 알베르토 바라키니 정보출판부 차관이다.

라 레푸블리카는 멜로니 총리가 뒤늦게 임명 소식을 듣고 "짜증을 냈다"고 총리실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바라키니 차관은 멜로니 총리와 별도의 논의 없이 이번 인사를 발표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지난주 베를루스코니 가문이 운영하는 방송사에서 멜로니 총리 동거인의 음담패설 스캔들을 폭로하는 방송이 나간 뒤 멜로니 총리와 전진이탈리아 사이에는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해당 방송 이후 멜로니 총리는 7살 딸의 아버지인 안드레아 잠브루노씨와 결별을 선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