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들' 스틸 이미지. /CJ En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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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사건을 다룬 영화는 장단점이 명확하다. 극의 흐름이 현실성 있고 탄탄하다. 그만큼 결과를 이미 알고 있는 관객 입장에서는 긴장감이 떨어질 수 있다. 사건들을 짜임새 있게 배치하는 감독의 연출력과 이를 지루하지 않게 연기하는 배우들의 역량이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다음 달 1일 개봉하는 '소년들'은 현실성과 몰입감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았다. 1999년 '삼례나라슈퍼 사건'이 작품의 모티프다. 전북 완주군 삼례읍의 한 슈퍼에 침입한 3인조 강도가 주인 할머니를 살해한 사건인데, 동네 소년 3명이 누명을 쓰고 옥살이했다. 이들의 억울한 사연은 17년이 지나 열린 재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으며 세상에 알려졌다.
'소년들' 스틸 이미지. /CJ EnM 제공
'소년들' 스틸 이미지. /CJ EnM 제공
법정 실화극 '부러진 화살', 금융 범죄 실화극 '블랙머니'에 이은 정지용 감독의 세 번째 실화 바탕 영화다. 올해 데뷔 40주년을 맞은 그는 영화와 다큐멘터리를 오가며 사회적 이슈들을 날 선 시선에서 바라봐 왔다.

이번 작품에서는 진실을 감추려는 공권력과 여기에 침묵하는 주변인한테 일침을 날린다. 감독은 시사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부조리를 파헤치는 의미에서 '고발'이란 제목도 고려했지만, 소년들의 감정에 집중하기 위해 지금의 제목이 붙었다"고 했다.
'소년들' 스틸 이미지. /CJ En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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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과거와 현재를 번갈아 비추며 몰입감을 더했다. 1999년 사건 조사 과정과 2016년 재심을 교차 편집했다. 천진난만했던 소년들의 과거와 살인자라고 낙인찍힌 현재의 간극을 통해 '잃어버린 17년'을 강조한다. 증거와 증언이 조작되는 상황에 무기력하게 당했던 소년들이 세월이 지나 반격에 나서는 장면은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극에 입체감을 더한 건 설경구가 연기한 주인공 '황 반장' 캐릭터다. 이전에 그가 연기한 '공공의 적' 속 강철중 형사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황 반장은 '미친개'라고 불릴 정도로 정의감 투철한 형사였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히며 무기력해진다. 소년들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술로 하루를 지새우던 그는 17년이 지나 다시 예전의 눈빛을 되찾는다.
'소년들' 스틸 이미지. /CJ ENM 제공
'소년들' 스틸 이미지. /CJ ENM 제공
'약방의 감초' 같은 조연 배우들의 연기가 극의 균형을 잡아준다. '오징어 게임'의 허성태, '더 글로리'의 염혜란 등이 출연했다. 온라인동영상플랫폼(OTT)을 휩쓴 이들의 재치 있는 연기가 자칫 지나치게 무거울 수 있는 분위기를 환기한다.

영화 마무리 부분의 법정 드라마 장면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다. 억울하게 몰린 소년들과 이들을 강압적으로 수사했던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관객은 이미 소년들의 무고함이 입증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 전형적인 권선징악 전개와 신파로 매듭지어진 결말은 그다지 박진감 넘치지 않는다.
'소년들' 스틸 이미지. /CJ En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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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