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0월 20일 오후 4시 52분

인수합병(M&A) 시장 침체 속에서도 대기업이 사업부를 매각하는 카브아웃(carve-out) 거래가 활발해지고 있다. 현금 확보가 필요한 기업과 안정적인 투자처를 원하는 사모펀드(PEF) 등의 이해관계가 일치하고 있어서란 분석이다.

현금 확보 나선 대기업…'카브아웃 M&A' 바람
20일 M&A업계에 따르면 SK, 신세계 등 대기업들은 이달에만 세 건의 카브아웃 거래를 진행하고 있다. SK엔펄스는 파인세라믹스 사업부 매각을 위해 PEF인 한앤컴퍼니와, SK케미칼은 제약사업부 매각을 위해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와 협상을 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SSG페이·스마일페이 사업부를 팔기 위해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와 협상 중이다.

이달 초엔 LG화학이 진단사업부를 글랜우드PE에 매각하는 거래를 완료했다. 올 들어 SK스퀘어의 SK쉴더스 경영권 매각(EQT파트너스), SKC의 SK피유코어 매각(글랜우드PE), 솔루스첨단소재의 솔루스바이오텍 매각(영국 크로다오버시스홀딩스) 등도 자회사를 판 것이지만 카브아웃 거래와 유사한 형태라는 게 M&A 업계의 평가다.

카브아웃 거래는 올해 말과 내년까지 추가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현금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자산 유동화 등에 나서는 기업이 적지 않아서다. LG, SK, 신세계그룹 외에도 롯데, CJ그룹 등이 카브아웃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그룹의 중장기적 성장 목표와 동떨어진 사업부는 카브아웃 거래의 핵심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유통기업들이 보유한 식음료 사업부 등이 대표적이다. 대기업에는 정리해야 할 사업이지만 PEF 등에는 안정적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는 좋은 인수 대상이기 때문이다. 성장성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아 밸류에이션이 비교적 낮고 비슷한 사업을 추가 M&A해 기업가치를 확대할 수 있는 ‘볼트온(bolt-on) 전략’이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규제 탓에 어쩔 수 없이 매각해야 하는 사업부도 매물로 나올 수 있다. 그룹 내 일감 몰아주기 문제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 요구를 받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2년 전 상법·공정거래법·금융복합기업집단감독법이 개정되면서 대기업 사익 편취 규제 대상이 확대됐다. 그 전까진 상장사에 한해 총수 일가가 지분을 30% 이상(상장사) 보유한 계열사가 규제 대상이었지만 이들 법안 개정으로 상장 여부와 관계없이 20%로 일원화됐다.

PEF들은 특히 대기업 카브아웃 거래를 선호한다. 카브아웃 거래로 기업과 연을 맺은 뒤 향후 다른 투자 기회를 엿볼 수 있다는 것도 이점이다. 한 PEF 관계자는 “후보군 기업을 접촉해 매각 제의를 하는 등 적극적으로 딜 발굴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