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훈 이북5도위원장이 서울 구기동 위원회 사무실에서 “무형문화재법 개정안 통과로 이제 문화재 계승사업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은구 기자
이훈 이북5도위원장이 서울 구기동 위원회 사무실에서 “무형문화재법 개정안 통과로 이제 문화재 계승사업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은구 기자
‘평양검무, 돈돌날이, 만구대탁굿, 평안도 향두개놀이, 두만강뗏목놀이소리, 김백봉 부채춤, 평안도 다리굿, 화관무, 배뱅이굿….’ 모두 이북5도 무형문화재다. 남한으로 내려온 무형문화재 전수자 중 많은 분이 돌아가셨고 이를 계승하기 위해선 사업 자금과 전승 희망자 등이 필요한 상황. 이 때문에 이북5도위원회는 수십 년간 전승지원금 지급 근거를 담은 무형문화재법 개정을 요구해왔다.

이 법이 통과된 건 지난 13일 본회의. 이훈 이북5도위원장은 “25년 동안 이북도민의 숙원이었던 무형문화재 계승사업이 이제야 출발선에 서게 됐다”며 “북한 출신이 아니어도 무형문화재 계승을 원할 경우 명예이북도민 자격을 주고 배울 수 있게 할 생각”이라고 했다.

이북5도위는 행정안전부 소속 정부 기관이다. 1945년 8월 15일 기준 북한의 5개 도(황해도, 평안남·북도, 함경남·북도)를 관할한다. 북한이탈주민의 남한 정착을 돕고 이들을 위한 다양한 행사를 전담한다. 해외 이북도민도 지원한다. 5개 도의 도지사는 대통령이 임명하고 이들이 1년씩 돌아가면서 위원장을 겸직하는 구조다.

함북지사인 이 위원장은 올해 1월 임명됐다. 이 위원장은 “시·도사무소장 워크숍, 통일 글짓기, 그림 그리기 대회, 남북하나재단과의 양해각서(MOU) 체결 등 여러 사업을 했지만 임기 중 최대 성과는 무형문화재법 개정안 통과”라며 “언젠가는 남북이 물리적으로 통일될 것에 대비해 무형문화재 같은 문화를 매개체로 유기적 통일을 먼저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정된 무형문화재법은 제36조에 3항을 신설했다. “무형문화재의 기능·예능, 지식 및 관련 기술 등을 전형대로 체득·실현하거나 전수 교육을 실시하는 사람 또는 단체에 대하여 전수 교육 등에 필요한 경비 및 수당을 예산의 범위에서 지원할 수 있다”고 적시했다. 무형문화재 전승사업에 필요한 예산 문제를 처음으로 법에 명시한 것이다.

이 밖에 이북5도위가 올해 추진한 사업은 ‘이북5도위원회 정책포럼’ ‘해외 이북도민 고국방문단 행사’ ‘이북5도위원회의 역할과 기능 강화를 위한 연구용역’ 등이다. 이 위원장은 “이북5도위에 대해 국민들이 보수집단이라고 단정짓는 것이 안타깝다”며 “880만 탈북민에 대한 차별 의식, 이들의 남한 생활 어려움 등을 연구하는 과제를 진행 중이고 오는 12월 제4차 정책포럼에서 발표할 계획”이라고 했다.

22일 열리는 ‘제41회 대통령기 이북도민 체육대회’도 탈북민들에겐 가장 중요한 연례행사다. 위원회가 버스 100여 대를 빌려 전국에서 약 3만 명의 탈북민을 태우고 서울 효창운동장으로 집결할 예정이다. 육상, 줄다리기, 모래주머니 넣기, 축구 등 4개 종목의 경기를 함께하며 화합과 소통의 하루를 보낸다.

이 위원장은 “체육대회 때 불편한 몸으로라도 참석하셔서 동향 분들과 울면서 고향 얘기를 나누는 분이 많다”며 “명절 때도 찾아갈 고향이 없는 게 탈북민들의 서러움이고 이런 얘기를 들어주며 마음을 다독이는 것도 위원회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연세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뒤 1982년 대우 수출파트에서 근무했다. 영어를 잘한 덕에 1987년부터 1992년까지 미국 뉴욕지사로 파견 근무했다. 이 위원장은 “고(故) 김우중 회장님은 세계 경영의 선구자였고 무척 존경하는 분”이라며 “이후 통일전망대 대표를 지내고 이북5도위원장을 맡으면서도 김 회장님께 배운 것들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