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흰개미  /사진=연합뉴스
대만흰개미 /사진=연합뉴스
올해만 외래 흰개미 2종이 국내에서 확인되면서 기후변화에 따른 외래종 증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검역과 방역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9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이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3년 이후 현재까지 수입검역 과정에서 흰개미류는 30차례 검출됐다. 모두 목재와 식료품을 수입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특히 번식 속도가 빠르고 군체 규모가 큰 일명 '대만흰개미'로 불리는 '콥토테르메스(Coptotermes)속 포르모사누스(Formosanus)종'은 나오지 않았지만, 친척뻘인 콥토테르메스속 흰개미는 동정(분류학상 위치와 종 정보를 판별하는 작업)에 실패한 경우를 포함해 7차례 적발됐다.

검역 과정에서 발견된 흰개미 명단엔 올해 5월 서울 강남구 주택에서 신고된 '마른나무흰개미(Kalotermitidae)과 크립토테르메스(Cryptotermes)속 도메스티쿠스(Domesticus)종'과 지난달 경남 창원시에서 군체가 여럿 발견된 '마른나무흰개미과 인사이스테르메스(Incisitermes)속 서부마른나무흰개미(가칭)' 등 2종은 없었다.

흰개미는 목조 건축물과 문화재 킬러로 꼽힌다. 자연계에선 죽은 나무나 낙엽·부엽토 등을 먹은 뒤 분해해 토양 내 순환을 돕는 '익충'이지만, 목조 건물이나 문화재를 위협하는 '해충'이기도 하다. 국립문화재연구원에서 진행한 '국가 지정 목조건축 문화재 흰개미 피해 조사' 결과 2016~2019년 피해만 324건에 달했다. 흰개미가 목조 건축물을 파괴해 발생하는 경제적 비용은 세계적으로 연간 400억달러(약 54조억원)로 알려져 있다.
목조문화재 지킴이 '흰개미탐지견'  /사진=한국경제신문
목조문화재 지킴이 '흰개미탐지견' /사진=한국경제신문
환경부 국립생태원에 따르면 국내에 들어온 외래종 동식물은 2009년 894종에서 2021년 2653종으로 연평균 16%씩 증가했다. 이중 한국 생태계에 정착한 것으로 판단되는 종은 707종(26.6%)으로 파악되고 있다.

외래종 유입의 주요 원인은 국제교류가 꼽힌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국제화물 물동량은 2020년 기준 12억8000만t(톤)으로 2004년보다 74% 많아졌다.

한국은 사계절이 뚜렷해 외래종이 뿌리내리기 힘든 환경으로 꼽히지만, 최근 50년(1974∼2023년) 1월 평균기온이 영하 2.2도에서 영하 0.6도로 1.6도로 높아졌다. 1월 평균기온이 4도 이상인 지역에 주로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진 대만흰개미의 경우에도 땅속에서 생활하는 '지중 흰개미'라는 점을 고려하면 지중온도가 5도 이상으로 유지되는 남해안에는 서식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한 대만흰개미는 흰개미 중에서도 번식 속도가 빠르고 군체 규모가 수백만마리에 달한다는 점에서 관리 필요성이 크다. 서부마른나무흰개미 군체가 3000마리, 도메스티쿠스 군체가 300마리 정도다. 실외에 서식하기 때문에 분포 범위가 넓고 건조한 환경에서 생존력이 강하다.

국토교통부가 2014년 3월 발표한 '한옥건축의 고위험 흰개미 피해방지 참고 자료'의 국내에 침입·정착할 수 있는 흰개미류 목록에 대만흰개미를 올렸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1994년부터 대만흰개미를 '검역 병해충'으로 지정해 관리해왔다.

방역에는 생리활성 억제물질인 '고내구성 군체 제거제'를 이용하는 방법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덫에 흰개미가 좋아하는 나뭇잎 등을 생리활성 억제제와 섞은 뒤 놓아두고 이걸 먹은 흰개미가 서식지로 돌아가 죽으면, 이 사체를 뜯어먹은 다른 흰매기가 연쇄적으로 죽는 원리다. 미국 뉴올리언스 주 루이 암스트롱 공원에서도 대만흰개미 방제를 위해 1998년~2014년까지 16년 동안 5단계로 나눠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이 방식으로 성공을 거뒀다.

다만 국내에서는 특허 문제로 생리활성 억제물질 도입이 어려운 상황이다.

우원식 의원은 "기후변화로 외래종 유입·확산 가능성이 커지면서 새로운 피해 사례가 여러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다"라며 "검역과 방제체계를 강화해 철저히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