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대 밑에서 시작해도 된다는 권유에도 '똑같이 경쟁'…"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웃음거리 될까 봐 포기하려 했지만…기회 놓치고 싶지 않았다"
[전국체전] '67세 할머니' 이태분, 자유형 100m 출전 "도전 멈추지 마세요"
국내 최대 규모의 종합체육대회인 제104회 전국체육대회(전국체전)는 규모만큼 다양한 사연을 가진 선수들이 많이 참가한다.

전국 17개 시도, 18개국 재외한인체육단체 2만9천900여명의 참가자 중엔 10대 어린 선수부터 환갑을 훌쩍 넘은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있다.

18일 전남 목포실내수영장에서 열린 수영 여자 일반부 자유형 100m에 출전한 이태분(재스페인)씨도 눈길을 사로잡는 선수다.

이씨는 1956년 6월생으로 만 67세다.

선수, 지도자는 물론 대한수영연맹의 수장인 정창훈 회장보다도 9살이나 많다.

이씨는 이날 오전에 열린 자유형 100m 예선 2조에서 2분14초28의 기록으로 당당하게 '완주'에 성공했다.

같은 조 1위를 차지한 최지원(경북도청·57초85)보다 1분 이상 늦게 터치 패드를 찍었고, 7위 김소연(제주시청·1분1초26)이 들어온 뒤에도 한참 동안 '나 홀로 수영'을 펼쳤으나 누구도 그의 도전을 비웃지 못했다.

대한수영연맹 관계자는 "관중들은 모두 기립 박수를 보냈다"라고 전했다.

연맹은 '뜻깊은 도전'을 마친 이씨에게 기념 선물을 전달하기도 했다.

[전국체전] '67세 할머니' 이태분, 자유형 100m 출전 "도전 멈추지 마세요"
이씨는 경기 후 연맹을 통해 "손주 또래의 최고 선수들과 나란히 출전한 나 자신을 칭찬해주고 싶다"라며 "기회를 준 대한체육회와 대한수영연맹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어서 매일 2천m를 쉬지 않고 수영했다"라며 훈련 과정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씨는 유럽한인총연합회 재외동포재단 상임이사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제21기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재외동포 선수단 자격으로 엘리트 선수들이 경쟁하는 전국체전의 출전 자격을 얻었다.

이씨는 수영을 시작하게 된 계기에 관해 "허리와 팔꿈치, 어깨가 아파서 재활 목적으로 배웠다"라며 "병원에서 수술을 권했지만, 수영으로 통증을 다스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영할 때는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는다"라며 운동의 매력을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처음 경기장에 왔을 땐 웃음거리가 될까 봐 출전을 포기하고 싶었다"라며 "창피하더라도 최고의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으로 출전했다"고 밝혔다.

[전국체전] '67세 할머니' 이태분, 자유형 100m 출전 "도전 멈추지 마세요"
이날 이씨는 대회 심판장의 배려로 출발대 밑에서 경기를 시작해도 된다는 권유를 받았다.

그러나 다른 선수들과 똑같이 출발대에 올라 수면 위로 몸을 던졌다.

그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씨의 기록 2분14초28은 정식 기록으로 인정받았고, 전국체전 기록집의 한 줄로 영원히 남게 된다.

이씨는 "모든 분이 도전을 멈추지 않는 삶을 살길 바란다"라고 마지막으로 소감을 전했다.

한편 1970년대 한국 기록을 32번이나 수립했던 최연숙(64) 코치는 이태분씨의 전담 지도자로 동행해 힘을 보탰다.

최 코치는 "우리 선수의 장점은 지구력과 투지"라고 소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