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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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MT에서 술에 취한 동기 여학생을 부축했다가 성추행범으로 몰린 남학생이 유기정학 징계에 반발해 총장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법 행정1-1부(이현석 부장판사)는 대학생 A씨가 대학교 총장을 상대로 낸 징계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지난해 수도권 소재 대학교에 입학한 신입생 A씨는 그해 6월 경기도 펜션으로 MT를 갔다가 다음 날 새벽 펜션 인근 도로에서 술에 취한 동기 여학생 B씨를 부축했다.

이후 B씨는 학과 교수를 통해 학내 인권센터에 "성폭력을 당했다"고 신고했다. 그는 A씨가 속옷 안으로 손을 넣어 신체를 만졌다고 주장했다.

학내 성희롱·성폭력 고충 심의위원회는 해당 사안이 성폭력에 해당한다고 판단했고, 학교 생활지도위원회도 심의위 판단을 받아들여 A씨에게 유기정학 3주 처분을 했다.

하지만 A씨는 성추행한 사실이 없다며 징계 처분에 반발,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만취한 동기를 부축하려고 양쪽 겨드랑이 사이에 팔을 넣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대학 측이 성추행 행위를 판단하지 않고, 단순히 신체 접촉만을 근거로 징계를 내렸다는 주장이었다.

법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대학은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를 했는지를 따져 의도가 있었다고 인정해야 한다"며 "대학 심의위는 신체 접촉이 있었고 피해자는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고 인정했을 뿐 어떤 신체 접촉인지를 판단하지 않았고 고의인지 과실인지도 따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