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총리 이어 美블랙리스트 기업 시찰…"기술자립에 무제한 지원 시사"
中부총리, 美제재 드론 제조사 DJI 찾아 "핵심기술 혁신해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최측근인 딩쉐샹 국무원 상무 부총리가 '기술 허브'인 광둥성 선전을 시찰하면서 미국 제재 대상인 무인기(드론)업체 DJI(大疆·다장)를 찾아 핵심 기술의 혁신을 촉구했다.

앞서 리창 중국 총리가 지난 8일 저장성을 시찰하면서 미국 블랙리스트에 오른 세계 최대 감시장비 제조업체 하이크비전(Hikvision·海康威視)을 찾아 디지털 경제 혁명을 촉구한 데 이은 행보다.

17일 중국 관영 통신 신화사에 따르면 딩 부총리는 지난 15일까지 사흘간 선전의 기술 기업과 기관들을 방문해 혁신 주도 개발 전략을 철저히 실행하고 중요 분야에서 핵심 기술의 혁신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딩 부총리는 특히 세계 최대 드론 기업인 DJI를 찾아 산업, 학계, 연구의 통합뿐만 아니라 산업계 전반의 공동 혁신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기업들이 선도적인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DJI는 세계 민간용 드론 시장에서 70% 이상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에서는 DJI 드론이 수집한 정보가 중국 정보당국으로 흘러 들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미국 정부는 2019년 중국산 드론과 부품의 군용 구매를 금지했고, 2020년에는 미국 회사 부품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상무부 제재 리스트에 DJI를 포함한 데 이어 2021년 말에는 재무부 투자 블랙리스트에 DJI를 올려 미국인의 금융지분 취득을 금지했다.

리창과 딩쉐샹 등 최고위 관리들이 잇달아 미국 제재 기업을 방문한 것은 강화되는 미국의 대중국 기술 규제에 직면해 중국 당국이 자국 기술 분야에 거는 기대와 희망을 보여준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짚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6일에도 러시아 군과 방위 산업을 지원한 것으로 의심되는 중국 기업 42곳을 수출 통제 대상에 새롭게 올렸다.

딩 부총리의 이번 선전 기술 기업 시찰은 미국의 제재에 맞서고 기술 자립 추진을 이행하는 데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가 '무제한 지원'을 할 것임을 시사한다고 리진 인민대 교수는 말했다.

화웨이 등 중국 기술 기업들이 다수 둥지를 틀고 있는 선전은 웨강아오(粤港澳:광둥·홍콩·마카오) 대만구(大灣區·Great Bay Area)와 허타오 선강(深港, 선전·홍콩) 과학기술 혁신협력구의 핵심 도시다.

웨강아오 대만구는 광둥성 9개 주요 도시와 홍콩과 마카오를 연결하는 거대 경제권을 조성하는 프로젝트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핵심 사업 중 하나다.

허타오 선강 과학기술 혁신협력구는 선전과 홍콩에 걸친 공동 과학기술 협력 지역이다.

지난달 중국 국무원은 2035년까지 이 협력구를 중심으로 인근 도시들을 국가 혁신 엔진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딩 부총리는 허타오 협력구에서 선전과 홍콩 간 광범위한 협력 증대를 촉구했다.

SCMP는 "많은 이들은 중국 당국이 허타오 협력구에서 DJI의 성공을 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믿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2006년 홍콩과기대 졸업생 프랭크 왕이 선전에 스타트업 DJI를 세운 후 세계적 기업으로 키웠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