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국민연금 개혁안의 무게중심이 당초 취지인 ‘재정 안정화’와 ‘미래 지속성’을 이탈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는 이번주 정부에 제출할 최종보고서에 ‘소득대체율(소득 대비 연금액 비율) 인상안’을 포함하겠다고 발표했다. 2028년까지 40%로 조정되는 소득대체율 하향 과정을 중단해 45%나 50%로 높이는 정반대 방안을 연금개혁 선택지에 추가한 것이다.

지난달 공개한 초안에 현행 9%인 보험료율 인상(12%, 15%, 18%), 65세인 수급개시연령 연기(66세, 67세, 68세) 방안을 담은 것과 비교하면 확연히 다른 기류다. 국비(세금)를 투입해서라도 보장성을 강화하자는 포퓰리즘적 주장에 한시가 급한 연금개혁의 미래가 발목 잡힐까 우려된다. 가입자들에게 ‘당근’을 제시해 수용성을 높이자는 취지겠지만, 이런 방향이라면 연금개혁은 개악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 현행 ‘40% 소득대체율’도 감당하기 힘들어 개혁에 나선 마당에 45%, 50%로 인상할 경우 미래세대는 막대한 청구서를 떠안을 수밖에 없다.

무책임한 국회에서 공을 넘겨받은 정부의 행보도 걱정을 더한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구체적 연금개혁안 제시를 주저하며 한 발 빼려는 듯한 모습이 감지된다. 50여 개의 시나리오가 난무하는 와중에 이달 말 ‘연금개혁 최종안’을 발표할 예정인 정부가 구체적인 숫자를 뺀 ‘맹탕 개혁안’을 내놓을 것이란 우려마저 나온다. 보험료·소득대체율 조정 같은 민감한 이슈를 덮어두고 퇴직·기초연금 등을 아우르는 두리뭉실한 ‘구조개혁안’을 국회에 제시한 뒤 팔짱을 낄 것이란 관측이다.

연금을 정상화하려면 보험료율 조정 같은 ‘모수 개혁’을 넘어 다른 연금과의 연계·통합 같은 ‘구조개혁’ 논의가 동반돼야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모수 개혁 방안을 회피한 채 불쑥 퇴직연금을 끼워 넣는 것은 공감대를 얻기 어렵다. ‘모수 개혁 선택지를 최대한 적게 제시하겠다’던 복지부 장관의 약속에 집중해야 연금개혁 동력을 유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