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3사가 올 3분기 나란히 흑자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 3사가 동시에 분기 흑자를 내는 것은 무려 11년 만이다. 현재 수주 물량 등을 감안하면 앞으로 수년간 흑자 기조를 이어갈 전망이다. 조선업의 수출 비중과 일자리, 후방산업 등에 미치는 막대한 효과를 감안하면 참 반갑고 감개무량한 일이다.

우리나라 조선업이 지나온 터널은 길고 혹독했다. 200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압도적 세계 1위였던 한국 조선업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중국 조선사의 저가 공세로 위기에 몰렸다. 중국에 세계 1위 자리를 내준 데 이어 전방산업인 해운업이 침체하고 후판 등 원자재 가격까지 치솟으면서 업황은 더 쪼그라들었다. 노동조합은 매년 파업 카드를 꺼내며 발목을 잡았고, 대학에서는 조선해양공학 전공자들이 급감했다. 한국 조선업의 명맥이 끊길 위기였다.

그러던 조선업이 부활한 데는 혹독한 비용 절감과 체질 개선이 주효했다. 해운업 경기 회복도 한몫했다. 무엇보다 조선업을 일으킨 1등 공신은 ‘기술 초격차’다. 국내 조선사들은 불황에도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초대형 컨테이너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기술 분야에서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이어갔다. 그러던 가운데 글로벌 해양 환경 규제가 거세지고 친환경 선박에 대한 요구가 커지자 한국 기술력의 진가가 나타났다. 중국 등 경쟁국들이 저가 화물선 수주 경쟁을 벌이는 동안 액화석유가스(LPG), 메탄올, 암모니아 등 차세대 연료를 쓰는 고부가가치 선박 주문이 한국으로 몰려들었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국내 조선 3사의 부활에도 글로벌 경쟁은 한층 치열해졌다. 그동안 한국이 우위를 점한 LNG선에서 중국이 무서운 속도로 쫓아오고 있다. 친환경 컨테이너선 부문에서도 머지않은 시기에 저가 수주 경쟁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 조선사들이 얼마나 초격차를 유지하느냐가 관건이다. 부족한 기술 인력을 보강하는 것도 급선무다. 돌아온 ‘한국 조선업 빅3’가 한층 더 강해져 ‘글로벌 빅3’로 성장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