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에 무력 대응 하마스와 상반된 행보…전쟁통에 더 무기력한 모습
"팔레스타인인 보호 못해"…서안서도 점차 민심 잃어
[이·팔 전쟁] 아바스는 어디에…전쟁에도 존재감 없는 팔 자치정부
팔레스타인의 무장 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간 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와 마무드 아바스 수반의 영향력은 더 약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 아바스 수반은 서안지구 행정 도시인 라말라에 머물며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유대인 정착촌 주민의 테러와 이스라엘 점령군에 맞서 자신을 지킬 권리가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아바스 수반이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로서는 이스라엘은 물론이고 정적이자 서방으로부터 비난받는 하마스의 편을 들 수 없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의 봉쇄와 공습으로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이 인도주의적 위기에 처해 있으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별다른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

아바스의 측근이자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사무총장인 후세인 알셰이크는 지난 11일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서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 직원들이 가자지구 주민들을 위한 음식과 의료 긴급 지원을 이스라엘에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고 밝혔다.
[이·팔 전쟁] 아바스는 어디에…전쟁에도 존재감 없는 팔 자치정부
올해 87세인 아바스는 팔레스타인 여러 정당·세력의 다자 조직인 PLO와 그 최대 분파인 파타당의 수장으로, 4년 임기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18년째 맡고 있다.

취임 이듬해인 2006년 치러진 총선에서 파타의 숙적 하마스가 압승했으나 선거 결과를 둘러싸고 극심한 내홍이 벌어졌다.

결국 하마스가 2007년 가자지구에서 파타를 몰아내고 가자지구를 실질적으로 통치해 왔으며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영향력은 요르단강 서안에 머물고 있다.

이후 아바스는 선거 없이 수장 자리를 지켜 정통성 문제가 끊이지 않았다.

이스라엘에 대해 무력 대응을 이어온 하마스와 달리 평화적 해법을 추구하는 만큼 서방의 인정은 받고 있으나, 그만큼 팔레스타인 주민들 사이에서는 미국에 순종적이고 이스라엘에는 무르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이에 이번 사태로 아바스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입지는 더욱 약화하는 모양새다.

이스라엘의 공습과 봉쇄로 가자지구에서 희생자가 늘자 서안지구 주민들 사이에서도 이스라엘을 향한 분노 여론도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 군의 검문과 도로 통제도 강화됐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보건부에 따르면 지난 7일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무력 충돌 이후 서안지구에서 23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이스라엘 군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서안지구에서 파타에 대한 분노가 이스라엘과 전쟁 중인 하마스에 대한 지지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산 카팁 전 팔레스타인 기획부 장관은 "현재 가자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하마스에 정치적 비중을 실어주는 동시에 파타의 정치적 무게와 영향력을 감소시키고 있다"며 "이는 지금은 투쟁을 위한 시간이며 투쟁에 연루된 정당이 곧 인기 있는 정당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라말라에 위치한 팔레스타인 공공외교연구소의 공동 지도자인 룰라 셰이드는 현재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침묵하는 이유를 두고 "분명한 나약함의 반영"이라며 "이들이 지난 몇년간 분쟁을 다뤄온 방식은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팔 전쟁] 아바스는 어디에…전쟁에도 존재감 없는 팔 자치정부
최근 이스라엘군과의 충돌로 서안지구에서 많은 팔레스타인인이 목숨을 잃으면서 파타가 주민들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여론이 커진 상황이다.

특히 이스라엘 점령과 파타에 환멸을 느끼는 젊은 세대가 많다고 한다.

유엔에 따르면 올해 서안지구에서 이스라엘군에 의해 사망한 팔레스타인인은 179명으로 지난 20년 새 가장 많았다.

또한 극우 성향의 네타냐후 이스라엘 정부가 들어선 이후 팔레스타인인을 향한 이스라엘 정착민들의 공격적인 행동이 급증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정치인인 무스타파 바르구티는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그간 저항을 해왔고, 그에 대한 많은 대가를 치뤘다"며 하마스의 이번 공격은 일부 "서안지구에서 그동안 벌어졌던 일들 때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