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범(오른쪽)·송언의 인티그레이션 공동대표는 “동네의원을 살리는 게 의료의 질을 높이는 지름길”이라며 “치과·한의원의 디지털전환(DX)을 이끌겠다”고 말했다.  /임대철 기자
정희범(오른쪽)·송언의 인티그레이션 공동대표는 “동네의원을 살리는 게 의료의 질을 높이는 지름길”이라며 “치과·한의원의 디지털전환(DX)을 이끌겠다”고 말했다. /임대철 기자
1986년생 동갑내기 한의사와 치과의사가 동네의원을 살리기 위해 뭉쳤다. 각각 한의사 커뮤니티 메디스트림과 치과의사 커뮤니티 모어덴을 설립한 정희범·송언의 인티그레이션 공동대표 얘기다. 의사 출신 창업가로서 헬스케어 플랫폼을 구축하는 동병상련을 겪은 두 사람은 2021년 9월 메디스트림, 모어덴 인수합병을 통해 ‘한 집 살림’을 시작했다.

정 대표는 1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의사면허를 따면 70%가 동네의원을 열어 개인사업자가 된다”며 “진료할 시간도 모자라는데 운영관리, 인사, 물품 구매, 브랜딩까지 신경 써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다 보니 동네의원의 운영이 힘든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송 대표는 “동네의원의 매출을 높이고 비용을 줄이기 위해선 커뮤니티와 커머스의 효율화가 중요하다”며 “데이터 기반의 경영지원 소프트웨어(SaaS)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인티그레이션은 의료인이 진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구인·구직, 경영데이터 분석, 교육 제공, 브랜딩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코로나19 시기 비대면 의료 플랫폼들이 개인 고객을 겨냥한 것과는 접근법이 다르다. 정 대표는 “직접 소비자를 겨냥하면 기존 의료 서비스 문제를 비판하면서 가야 하는데 오히려 의료 공급자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게 의료의 질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인티그레이션은 6만여 명에 이르는 치과·한의계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한다. 2019년 초 한의사용 의료기기 관련 희귀 자료를 무료 배포하며 ‘진성 커뮤니티’를 구축한 메디스트림은 현재 한의사 및 한의대 학생의 76%(2만862명)가 가입한 플랫폼이 됐다. 인티그레이션은 제조 전략을 다른 플랫폼에도 적용하며 시행착오를 줄였다. 그 결과 모어덴은 치과계 51%(1만6311명)가 가입했으며, 치즈톡은 치과 위생계 35%(2만2074명)를 확보하며 성장하고 있다.

통합한 지 2년 만에 회사는 가파르게 성장했다. 매출은 지난해 상반기 48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111억원으로 131% 급증했다. 핵심은 조직 개편이었다. 디자인팀 개발팀 등 기능별로 나뉜 조직을 커뮤니티팀 커머스팀 등 17개 목적별 스쿼드로 개편해 스타트업 내에 작은 스타트업이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정 대표는 “조직 개편 효과로 올해 3분기 65억원을 넘어섰다”며 “경영진에 몰려있던 의사결정을 준시니어급에 분산하니 회사 성장 속도가 빨라졌다”고 평가했다.

치과·한의계 시장은 변호사 세무사 등 6대 전문직 매출 규모(24조원)에 비해 절대 적지 않다는 게 송 대표의 말이다. 그는 “한의계는 6조8000억원, 치과계는 14조6000억원 시장”이라며 “21조원이 넘는 동네 치과, 한의원 시장을 디지털전환(DX)하는 게 우리 목표”라고 강조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