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렘린궁 "이·팔에 균형잡힌 접근 중요…양국과 대화 유지"
[이·팔 전쟁] 석유 시장 촉각…러·사우디, 유가 상황 논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원유 가격도 들썩인 가운데 세계 1·2위 석유 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11일(현지시간) 석유 시장 상황을 논의했다.

인테르팍스, 타스 통신에 따르면, 알렉산드르 노박 러시아 부총리는 이날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러시아 에너지 주간 회의 참석을 앞두고 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 에너지부 장관과 만났다.

노박 부총리는 빈 살만 장관과 석유 시장 및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非)OPEC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 내 협력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세계 석유 시장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같은 사건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이번 경우에도 우리는 사우디와 다른 파트너들과 지속해서 협력하고 있으며 그 중요성을 과대평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사우디와 러시아는 최근 몇 년간 공급 감축을 조율하며 유가를 뒷받침해왔다.

양국은 연말까지 하루 총 130만배럴의 자발적 감산을 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국제유가는 9일 4.3% 이상 올랐다가 11일 안정세를 되찾았다.

그러나 석유 시장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으로 중동의 석유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노박 부총리와 빈 살만 장관은 정부 간 위원회 회의를 열어 중동 전쟁의 영향과 다양한 협력 방안에 대한 논의를 이어갔다.

노박 부총리는 빈 살만 장관에게 "러시아는 사우디에 석유 제품 공급을 늘릴 준비가 돼 있다"며 "이 협력은 큰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또 "에너지 분야의 성공적인 협력이 평화적 원자력 분야로 확대될 수 있다"며 이 분야 협력 증대를 기대했다.

그는 러시아 기업들이 사우디의 석유 가스관 설비 분야와 아람코의 인공지능(AI) 분야에서 협력할 것도 제안했다.

러시아는 사우디에 러시아산 고급차 '아우루스'(Aurus) 대리점과 서비스망을 설립하고 러시아 가젤 트럭 등을 공급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한편 러시아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 상황 해결을 위해 균형 잡힌 입장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우리는 두 나라와 대화를 유지하고 있다"며 "물론 테러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행위를 비난해야 하지만, 우리가 균형 잡힌 접근 방식을 유지하고 분쟁의 양측과 계속 접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