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예비군
이스라엘이 아랍권 13개국과 싸운 1967년 6월 3차 중동전쟁 때다. 왼쪽 눈에 검은 안대를 한 이스라엘의 전쟁 영웅 모셰 다얀 장군은 개전 성명을 발표했다. “지금 이스라엘 군대는 막강한 최신 무기로 무장했다. 우리는 이 무기로 아랍 연합군을 몇 시간 내에 물리칠 것이다.”

미국, 소련 등은 이스라엘이 핵무기나 그 이상의 강력한 신병기를 개발한 것으로 보고, 아연 긴장했다. 다얀 장군의 호언대로 이스라엘은 병력이 50배가 넘는 아랍 연합군을 상대로 단 6일 만에 승리했다. 유명한 ‘6일 전쟁’이다. 그러나 최신 무기를 사용한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다얀은 승전 후 “우리는 최신 무기 덕에 단 세 시간 만에 승기를 잡았다. 그 무기는 우리 국민의 불타는 애국심이었다”고 했다.

이때 세계 곳곳에 나가 있던 이스라엘 유학생들이 조국의 총동원령에 따라 신속히 귀국, 참전한 반면 아랍 연합군의 주축인 이집트 유학생들은 거의 귀국하지 않았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얘기다. 세계적으로도 정평이 나 있는 이스라엘 청년들의 애국심에는 학창 시절 ‘쉘라흐’라는 정체성 교육 프로그램이 큰 영향을 미쳤다.

중·고교생이면 의무적으로 주 1시간씩 강의를 듣고, 2박3일간 현장 체험도 한다. 유대군이 로마군에 맞서 싸우다 전원 옥쇄한 뒤 2000년 가까운 디아스포라가 시작된 마사다 요새 등이 주요 현장 학습지다. 이스라엘은 고교 졸업 후 의무적으로 군에 입대해야 하며, 의무복무 후 대학 진학 시 쉘라흐는 필수 과목이다.

이슬람 무장단체 하마스와 가자지구에서 전면전을 앞두고 해외에 체류 중인 이스라엘 청년들이 속속 조국으로 귀국하고 있다고 한다. 인구 900만 명인 이스라엘은 상비군 규모가 17만 명, 예비군은 45만 명에 불과하지만, 세계 최정예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 창설 55주년을 맞은 우리 예비군은 270만 명으로, 베트남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다. 그러나 내실 면에선 ‘계륵’이라는 표현이 붙을 정도로 찬밥 신세다. 국방 예산 중 예비군 몫은 0.3%, 40년도 더 된 노후 장비 탓에 ‘전쟁사 박물관’이라는 ‘웃픈’ 얘기까지 있다. 저출산 시대 예비군은 소중한 군 전력이 될 수 있다. “어제의 용사들이 다시 뭉쳤다~”로 시작하는 예비군의 노래를 못 들은 지도 무척 오래됐다.

윤성민 논설위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