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특목고 쏠림' 가능성도…'수학·과학 학력 저하' 우려도
내신 5등급 상대평가 '기대·우려' 교차…"선택과목 복불복은 해소"
[2028대입] "내신·수능 변별력 약화 우려…대학별고사 강화 가능성"
교육 전문가들은 교육부가 10일 내놓은 '2028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시안'에 대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최상위권 변별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놨다.

등급 간소화로 내신 변별도도 하락해 대학별 고사가 강화되고, 자율형사립고·특목고 쏠림이 심화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고교 내신 5등급제 전환은 학생 간 경쟁을 다소 완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내신 한 등급이 추락할 경우 타격이 커져 내신 경쟁이 되레 치열해질 수 있다는 예상도 나왔다.

[2028대입] "내신·수능 변별력 약화 우려…대학별고사 강화 가능성"
◇ 고교 교사들 "일반계고 경쟁력 약화할 것"
현직 교사들은 내신 등급 구분이 줄어 내신 변별도가 하락하면 자사고·특목고 쏠림이 심화할 수 있다고 본다.

학생들 입장에선 현행 9등급제보다 학교 내 내신 경쟁이 덜 치열해지면서, 자사고·특목고에 가더라도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킬러 문항 배제 방침으로 수능의 영향력이 약화할 경우 결국 대학별 고사가 합격과 불합격을 좌우하게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인천 지역 고교 영어 교사인 A씨는 "수능 영향력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내신 변별까지 낮아질 경우 대학 입장에서는 대학별 고사의 영향력을 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내신 변별도가 하락하면 일반고의 경쟁력이 약화할 것"이라며 "학교에서는 벌써 (수능 중심의) 정시 위주 대비 체제로 바뀌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덧붙였다.

충남 지역 고교 국어 교사인 B씨는 "그동안 자사고, 특목고는 상대평가 때문에 학생들의 선택이 제한됐는데, 내신 9등급제가 5등급으로 완화되면 자사고, 특목고 인기가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신 경쟁 부담이 크게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교사 B씨는 "내신 한 등급이 떨어지면 지금보다 타격이 크기 때문에 내신 경쟁은 오히려 치열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교사 A씨도 "(9등급제에서) 1, 2등급 11%에 들기 위해 하던 경쟁이 (5등급제에선) 1등급 10%에 들기 위한 경쟁으로 바뀐 것뿐"이라고 거들었다.

내신·수능 변별력 하락 우려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들의 학생 변별이 어려워지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대학별 고사 확대의 유혹이 있을 수 있지만, 대학들과 협력하면서 내신과 수능 중심으로 학생을 선발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2028대입] "내신·수능 변별력 약화 우려…대학별고사 강화 가능성"
◇ "수학 심화·과학Ⅱ, 학생들 외면받을 수도"
달라진 수능으로 일각에서는 학력 저하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2028학년도 수능부터 수학 출제 범위에서 기하, 미적분Ⅱ가 빠지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첨단 분야 인재 양성을 위해 이 두 개 과목을 출제 범위로 하는 '심화 수학' 영역을 신설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확정되지 않았다.

서울 지역 고교 수학 교사 C씨는 "수학의 경우 미적분, 기하가 다 중요한데 학생들이 이 과목을 배우려 하지 않을 것"이라며 "결국 학생들의 학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과학탐구에 대해 교사 A씨는 "수능에 1학년 과목만 나오면 학생들이 지금도 기피하는 물리Ⅱ, 화학Ⅱ 등 Ⅱ과목 이수율이 낮아질 것"이라며 "과학을 심화해서 배우지 못해 대학 진학 후 따라잡기가 힘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1∼2학년 때 주로 배우는 과목으로 고3 때 시험 보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3학년 때 수업을 열심히 들을 요인이 없어진다"고 꼬집었다.

한편 수능 선택과목이 사라지면서 '학생 선택권 보장'이라는 고교학점제의 방향과 대입 개편 방향이 어긋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 교육부 차관인 이영 한양대 교수는 "선택과목을 과도하게 줄이는 것은 고교학점제와 맞지 않는 방향"이라며 "일부는 선택과목을 남겨 둬야 했다"고 지적했다.

[2028대입] "내신·수능 변별력 약화 우려…대학별고사 강화 가능성"
◇ "수능 공정성 높아져…융합인재 양성 취지 부합"
반면 일부 교사·교수들은 이번 시안이 현 수능의 불공정성을 바로잡았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2022학년도부터 도입돼 시행 중인 통합형 수능은 국어, 수학에서 원점수가 같더라도 선택과목에 따라 수험생들의 표준점수 차이가 빚어지며 '선택과목 유불리' 논란을 불렀다.

정제영 이화여대 교수는 "그동안 교육과정에선 문·이과 구분이 없어졌음에도 수능 선택과목으로 사실상 (문·이과) 구분이 있었고, 문과 침공이 심각하게 드러났다"며 "이번 개편으로 이런 문제가 개선되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수학 교사인 C씨도 "선택과목이 없어지기 때문에 공평한 시험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사회·과학탐구 영역에서 선택과목을 없앤 데 대해서도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국어 교사인 B씨는 "자연계 진학을 원하는 학생도 사회 현상에 관심을 갖고 공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융합형 교육이라는 취지에서 본다면 의미 있다"고 평가했다.

고교 내신에 절대평가 도입을 보류하고, 상대평가를 9등급에서 5등급으로 축소한 것도 현실성 있는 방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수는 "(당초 방침대로 2∼3학년에 절대평가가 도입됐다면) 고1 내신 대비 사교육이 과열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정부는 2025년부터 고1은 상대평가를 유지하되 2∼3학년은 전면 절대평가를 도입하기로 했으나, 이번 안에서는 빠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