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자본시장 검사체계 개편···"대규모 횡령배임시 즉시 퇴출"
금융감독원이 금융투자부문 검사체계를 대거 개편했다. 특정 운용사의 투자상품이 문제가 된 경우 해당 운용사만이 아니라 판매사, 신탁사, 증권사 등 관련사를 아울러 집중 검사하도록 구조를 바꿨다. 법규 위반 행위가 드러난 부실·불법 회사는 즉시 시장에서 퇴출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도 도입한다.

9일 금감원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금융투자부문 검사체계 개편안을 오는 13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최근 자본시장 외형이 커지면서 경직적인 검사 체계로는 효과적인 대응이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금융위원회와 긴밀히 협조해 검사체계 개편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이번 개편을 통해 기존엔 태스크포스(TF) 한시조직인 사모운용사특별검사단(사모단)을 정규조직으로 만들었다. 사모단은 2020년 7월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사태 이후 당시 기준으로 사모펀드와 사모운용사 233곳을 전수검사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현재 35명이 근무하고 있는 이 조직은 당초 올해 말까지 운영할 예정이었다.

금감원은 “사모단 운영이 종료될 경우 시장에 신규 진입한 운용사에 대한 검사 공백이 우려됐던 차였다”며 “당초 계획했던 사모운용사 전수검사를 계속 해 완료할 것”이라고 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2020년 5월 이후 지난달 말까지 시장에 신규 진입한 운용사는 153곳이다. 금감원은 금융투자부문 검사조직을 집중 투입해 전수검사를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기존 금융투자검사국·자산운용검사국·사모단 체제는 금융투자검사 1·2·3국으로 개편한다. 국별로 어느 한 곳은 증권사만, 다른 한 곳은 자산운용사만 담당하는 구조를 폐지하고, 대신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를 구분 없이 배분해 업무 경쟁을 시키겠다는 취지다. 긴급 사건이 발생하면 3개국을 모두 투입하는 등 국간 유기적 협력도 늘린다.

계열회사는 그룹으로 묶어 한 국에 배정하기로 했다. 한국투자증권 관련 계열사(지주‧증권‧부동산신탁‧운용‧리얼에셋‧밸류운용)을 한 곳에서 담당하는 식이다. 금감원은 “요즘은 특정 상품을 출시하고 판매·운용하는 과정에 자산운용사, 판매사, 신탁사, 증권사 등 여러 금융회사가 관여한다”며 “조직 개편을 통해 사건이 발생한 경우 계열사간 연관 거래를 아울러 살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는 특정 기업·기관 중심으로 사건을 따져보는 게 아니라 사건에 초점을 맞춰 연계 검사를 벌이겠다는 얘기다.

금감원은 중대한 법규 위반 행위를 한 기업은 즉시 시장에서 퇴출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도입한다. 회사가 조직적으로 투자자의 이익을 훼손한 경우, 대규모 횡령·배임 등 중대한 위법행위를 저지른 경우 즉시 금융투자업자 등록을 취소한다. 금감원은 이를 위해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 시행세칙을 개정할 예정이다.

금융투자업자 등록 유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부실회사에 대해선 금감원이 직권말소를 하도록 영업미영위 판단기준도 강화한다. 금감원은 “최근 5년간 452개사가 사모운용·자문사 등 등록제 금융투자업자로 시장에 진입했지만 이중 감독당국이 등록취소·직권말소 등을 통해 퇴출한 기업은 12개사에 불과했다”며 “그동안 부실·불법회사가 적시 퇴출되지 않아 투자자 피해가 커졌다고 판단해 앞으로 상시퇴출을 활성화하기로 했다”고 했다.

개편 후 금융투자검사1국 산하엔 검사정보분석팀을 신설한다. 증권사·운용사의 대내외 검사정보를 집적·분석·평가하는 조직이다. 현재 13개인 검사팀은 15개로 확대하고, 검사 전담인력을 60명에서 80명 수준으로 30%가량 증원한다. 금감원은 “개편에 따른 혼선이 발생하지 않도록 금융투자업계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금융위원회와도 긴밀하게 협력할 것”이라며 “불법적 영업관행을 근절해 시장질서를 확립하고 자본시장에 대한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