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찾은 서울 삼성동 코엑스 2층. 한 손에 와인잔을 든 외국인들이 곳곳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몰도바 등 11개 나라에서 온 와인 생산 및 수출 업체 관계자들이었다.

이들은 5~6일 이틀간 이곳에서 열린 ‘비넥스포 미팅 코리아’ 행사를 위해 총 30개 부스를 차리고 487개 와인을 국내 와인 수입업체 등에 소개했다. 이 행사에선 국내 와인업체들과 600건이 넘는 비즈니스 미팅이 이뤄졌다.

1981년 프랑스 보르도에서 시작된 비넥스포는 독일의 ‘프로바인’, 이탈리아의 ‘빈이탈리’와 함께 세계 3대 와인박람회로 꼽힌다. 1998년 아시아에선 처음으로 홍콩에서 ‘비넥스포 아시아’를 개최한 이후 싱가포르·도쿄·상하이 등에서 크고 작은 행사를 열었다. 한국에서 행사를 연 건 이번이 처음이다.

비넥스포는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에 한국 와인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자 유럽의 주요 와인 생산자 등을 위해 한국 시장만을 겨냥한 별도의 행사를 개최하기로 했다. 2019년 4만3495t이었던 한국의 와인 수입량은 코로나19를 계기로 ‘혼술’이 확산하면서 2020년 5만4127t, 2021년 7만6575t으로 불어났다.

한국 시장은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국면에 접어든 2022년(수입량 7만1020t)부터 성장세가 둔화하는 양상이다. 하지만 중국, 일본에 이어 아시아 3대 와인 시장 입지를 굳혔다는 게 비넥스포 측의 판단이다. 이번 행사에 참석한 프랑스 와이너리 ‘그랑프렁세’의 파트리시아 페로 세일즈디렉터는 “한국 와인 시장이 최근 성장세가 다소 주춤해졌다고 해도 아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시장 중 하나”라고 말했다.

비넥스포는 이번 행사를 다른 행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기업 대 기업(B2B) 행사로 기획했다. 한국에 수출하지 않는 해외 와이너리들의 한국 진출을 돕기 위해 기획했다는 얘기다.

비넥스포는 당초 일회성으로 기획했던 한국 행사를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행사 주관 업체인 비넥스포지움의 로랑 보스 부대표는 “수요 조사 등을 통해 향후 한국에서 행사 규모를 확대할지 여부를 결정하려고 한다”며 “올해의 두 배 이상 되는 규모인 60~100개사가 참여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