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 앞둔 한강변 '청담르엘' …제2 둔촌주공 사태 벌어지나
올해 서울 강남권 분양 예정 단지 중 수요자의 관심이 가장 높은 ‘청담르엘’(청담삼익 재건축·조감도)이 일부 조합원의 설계 변경 요구에 몸살을 겪고 있다. 한강변 조망을 강조하기 위해 공사 중인 아파트 내력벽을 없애달라는 것이다. 게다가 930억원 규모의 유상옵션을 무상으로 제공하라는 요구까지 나오며 조합원 간 갈등이 더 깊어지고 있다. 조합장은 조합 내 갈등을 이유로 사퇴했고 공사 역시 차질이 불가피해 ‘제2의 둔촌주공 사태’가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청담삼익 재건축 조합은 오는 13일 신임 조합장 선출을 위한 임시총회를 연다. 이 단지는 한강변에 지상 35층, 1261가구 규모로 조성돼 분양 흥행이 기대된다. 그러나 일부 조합원의 과도한 요구로 분양 일정이 늦춰지고 내홍이 깊어져 지난 7월 조합장이 자진해서 사퇴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조합은 5월 총회에서 2017년 3726억원에 계약한 공사비를 6313억원으로 인상하는 안을 의결해 공사비 협상을 마쳤다. 그러나 조합원 동호수 추첨 후 일부 조합원이 아파트 설계 변경을 요구하면서 갈등이 깊어졌다. “한강변 조망에 방해가 된다”며 내력벽을 없애거나 옮겨달라는 것이다.

이미 지하 공사에 이어 전체 공정률이 30%에 가까운 상황에서 건물을 지탱하는 내력벽을 없애는 것은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과 시공사의 의견이다. 설계 관계자는 “기준층 공사까지 시작한 상황에서 다시 인허가받으면 사업이 최소 6개월 이상 늦어진다”며 “다시 설계하고 짓는 비용은 생각하지 않는 무분별한 주장으로 조합 업무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시공사인 롯데건설도 여러 차례 설명회를 개최하며 내력벽 삭제는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공사가 진행 중이어서 설계를 변경하면 구조 보강에 따른 공사비 상승과 공기 연장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공사비 협상 이후 제기된 조합원의 무상옵션 요구도 갈등의 불씨다. 일부 조합원이 2600억원의 공사비 증액을 이유로 930억원 상당인 조합원 유상옵션을 무상 제공해달라고 요구했다. 시공사는 “공사비 증가 원인이 금융비용과 원자재 가격 상승, 인허가로 인한 추가 공사 때문”이라며 “마감재 변경은 증가분 중 104억원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재건축 사업을 지연시키며 갈등하기보다는 조합원 계약과 일반분양 등 후속 일정을 빨리 진행하는 게 이득이라고 강조한다. 한 조합원은 “시공사와 조합원 갈등에 따른 사업 지연으로 둔촌주공 사태처럼 피해가 생길까 봐 우려된다”고 말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