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외국인 관광객 3000만 명 유치를 내건 서울시가 도심 보행자 중심도로를 확대하고 있다. 차량 통행을 전면 제한하는 ‘차 없는 거리’, 인도와 차도가 분리되지 않은 보차공존도로 설계를 적극 검토 중이다.

5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서울 도심 보행환경개선사업 기본 및 실시설계 용역’을 조달청 나라장터에 최근 공고했다. 예산은 5억8000만원가량이며, 기간은 용역 계약일(11월)부터 5개월이다. 종로와 중구 일대 다섯 개 상권에 5700㎡ 규모의 보차공존도로를 조성하고, 포켓쉼터(데크 의자 등) 5개와 포토존 2개 등을 설치할 계획이다. 가로등 20개도 교체한다. 시는 150억원가량의 공사비가 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도시를 차량이 아니라 사람 중심으로 바꾸는 게 이번 보행환경개선사업의 핵심이다. 시 관계자는 “1차적으로는 관광객이 서울 명소에서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쾌적한 도보 환경을 조성한다는 취지이며, 궁극적으로는 서울시를 ‘걷기 좋은 도시’로 만들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시범사업 대상지는 서촌 세종마을 음식문화거리, 익선동 포장마차거리, 종로 꽃시장,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서쪽 음식거리 그리고 소공로 일대(시청 인근)다. 지역의 역사와 특색을 고려한 관광 요소도 거리 곳곳에 들일 계획이다. 익선동 포차거리는 주말 야간시간 대 차 없는 거리로 재정비한다. 소공로에서 롯데호텔로 이어지는 구간은 보도를 확장하기로 했다. 나머지 세 곳에는 사람과 차량이 동시에 통행할 수 있는 보차공존도로를 조성한다.

익선동 포차거리를 차 없는 거리로 조성할 경우 상인들의 반발이 우려된다. 시 관계자는 “지역 상인들을 대상으로 의견수렴을 해 가장 적합한 구상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보도와 차도를 분리하지 않는 보차공존도로가 운전자와 보행자, 관광객과 원주민 모두를 만족시킬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차도를 석재, 볼라드(차단 말뚝) 등으로 설계해 자연스럽게 감속을 유도하는 것이 보차공존도로의 특징이다.

고준호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차량 통행을 허용하되 보행자를 우선하는 방식의 보차공존도로는 안전한 공간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