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 인프라에 59조원 재투자…16세 이후 교육 개편, 영·수 필수로
"30년 정치 실패" 변화 만드는 정치인, 대처 후계자 자처
영 수낵 총리 "북부 고속철도 사업 폐기…'비흡연 세대' 만든다"
영국 리시 수낵 총리가 논란이 되는 차세대 고속철도(HS2) 사업을 일부 폐기하고 담배 구매 연령을 매년 높여서 '비흡연 세대'를 만든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리시 수낵 총리는 4일(현지시간) 맨체스터에서 개최된 보수당 연례 전당대회에 취임 후 처음 참가해서 1시간여에 걸쳐 기조연설을 하며 이같이 말했다.

수낵 총리는 잉글랜드 중부 버밍엄에서 북부 맨체스터로 가는 차세대 고속철도 사업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대신 전국의 도로, 철도 등 교통 인프라에 360억파운드(59조원)를 재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수낵 총리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사업비 부담으로 인해 이 사업을 취소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이에 2019년 총선에서 지역 발전을 기대하며 노동당에서 보수당으로 바꿔 탄 주민들은 배신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도 비판에 동참했다.

수낵 총리는 또 건강을 해치는 주요 원인을 막을 방안이라며 흡연 감축 계획을 내놨다.

수낵 총리는 "2009년 이후 출생한 현재 14세 이하는 성인이 돼도 합법적으로 담배를 살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담배 구매 가능 연령을 18세에서 매년 1년씩 올리면 이르면 2040년부터는 젊은 사람들의 흡연이 거의 완전히 중단된다"고 말했다.

영국의 이번 방침은 2008년 이후 출생자는 담배 구매를 금지하는 뉴질랜드의 정책과 비슷하며 덴마크도 이런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수낵 총리는 이와 함께 일회용 전자담배 판매 제한을 검토하고, 청소년 이용 증가에 대응해서 향과 포장 등을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금연 운동 단체는 이번 계획을 환영했지만 담배 업계는 범죄조직이 불법적으로 제품을 유통하는 길을 열어주는 부작용이 날 것이라며 비판했다.

담배회사 주가는 일제 하락했다.

영 수낵 총리 "북부 고속철도 사업 폐기…'비흡연 세대' 만든다"
수낵 총리는 또 16세 이후 교육을 개편해서 학업과 기술 교육을 결합하고, 현재 3개인 과목을 최소 5개로 늘리는 한편 수학과 영어를 필수로 넣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낵 총리는 이번 연설에서 자신이 마거릿 대처 전 총리의 진정한 후계자이며 변화를 꾀하는 정치인이라는 메시지를 던지려고 했다고 BBC가 분석했다.

그는 "올바른 결정이 아니라 쉬운 결정을 부추기는 정치 체제가 30년간 유지됐다"며 보수당 전 총리 5명을 포함해 대처 이후의 모든 총리들을 저격했다.

그는 "우리는 과감해지고 저항에 맞설 것"이라며 "변화를 위한 시간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평소 앞에 잘 나서지 않는 총리 부인은 이날 연단에 올라 직접 남편을 홍보하기도 했다.

수낵 총리의 이날 연설은 보수당 핵심 당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AFP가 평가했다.

내년에 치러질 것으로 예상되는 총선에서 보수당이 패배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지면서 정치인들은 이미 수낵 총리 후임 지도부 자리를 놓고 경쟁을 시작했다.

리즈 트러스 전 총리, 극우 정치인 나이절 패라지 전 브렉시트당 대표, 수엘라 브레이버먼 내무부 장관 등이 감세, 이민 관련 강경 우파 발언으로 핵심 당원들의 호응을 끌어냈다.

수낵 총리는 자리를 공고히 하고 당 분열을 봉합하려면 이를 견제하면서도 중도 표심도 잡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