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불청객' 은행나무 알고 보면 귀한 몸
가을이 익어가면 보도블록은 노래진다.

은행나무 열매다.

은행나무는 겉씨식물이므로 열매보다는 종자라고 부르는 것이 좋겠다.

발에 챈다고 종자를 함부로 밟았다간 낭패를 본다.

고약한 냄새 때문이다.

악취는 은행나무가 자신을 천적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고안한 일종의 '호신용 스프레이'다.

껍질이 찢어지면 안에 있던 비오볼이라는 성분이 새어 나오면서 냄새를 풍긴다.

비오볼은 피부염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 때문에 은행나무를 먹는 동물은 인간밖에 남지 않았다.

악취 덕분에 은행나무는 병충해에 강하다.

또 은행나무는 열기를 잘 견디고 옮겨 심었을 때도 잘 살아남는다.

이런 특성 때문에 은행나무는 가로수로 애용됐다.

2일 산림청 산림임업통계에 따르면 2021년까지 식재된 가로수 1천982만4천183그루 가운데 은행나무는 206만5천553그루로 10.4%를 차지했다.

은행나무 가로수에 종자가 열리지 않도록 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종자가 열리지 않는 수나무만 심으면 된다.

하지만 과거에는 은행나무 암수 구별이 쉽지 않았다.

암수를 구별하려면 꽃과 종자가 열리는지를 봐야 하는데, 은행나무가 생식을 시작하기까지는 15∼20년이 걸리기 때문이다.

서울시에 식재된 은행나무 10만6천205그루 가운데 2만6천981그루(25.4%)가 암나무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다만 최근에는 나무 나이와 상관없이 DNA 마커로 성별을 구별할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되면서 활용되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이 2011년 개발한 해당 유전자 식별 기술은 2017년부터 무상으로 이전되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관계자는 "암수 식별 기술 정확도는 충분히 검증됐다"라며 "DNA 내에 예상하지 못한 돌연변이가 발생하면 식별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지만 확률이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미미하다"라고 설명했다.

가로수로 쓰인다고 해서 은행나무가 흔한 식물인 것은 아니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 '위기(EN)' 등급으로 지정된 국제 멸종위기종이다.

살아있는 화석으로 불리는 은행나무는 2억8천만년 전 고생대 페름기에 출현해 중생대 쥐라기에 전성기를 맞이했다.

이때까지 수십종이 서식했던 것으로 추정되지만 매개동물이 사라지면서 대부분 멸종했고 한종만 살아남았으며, 지금은 중국 저장성 일대에만 서식한다.

'가을 불청객' 은행나무 알고 보면 귀한 몸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