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생태원·공주대 연구진 실험…"생태계 영향 파악까지 도입 신중해야"
"외래종 돼지풀잎벌레로 생태계교란종 단풍잎돼지풀 방제 가능"
외래종 돼지풀잎벌레로 생태계교란종 단풍잎돼지풀을 잡는 이이제이(以夷制夷)가 가능할 전망이다.

29일 한국습지학회지 최신호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환경부 국립생태원과 공주대 생명과학과 연구진은 단풍잎돼지풀을 생물학적으로 방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돼지풀잎벌레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북미 출신인 돼지풀잎벌레는 캐나다, 일본, 대만 등지에 서식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2000년 대구 화원유원지에서 처음 발견됐으며 기후변화 영향으로 개체수가 늘어나면서 제주도를 포함한 전국으로 확산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돼지풀잎벌레는 주로 돼지풀을 먹고 산다.

천적에 의해 개체수가 조절되고 있으며 인체와 농작물에 피해를 주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에 따르면 2016∼2020년 공주대와 금강 주변에서 돼지풀잎벌레 섭식 활동을 관찰한 결과 107과 식물 가운데 국화과 식물만 먹는 것으로 조사됐다.

돼지풀잎벌레는 국화과 중에서도 단풍잎돼지풀, 돼지풀, 뚱딴지(돼지감자)만 먹었으며 산란은 단풍잎돼지풀, 돼지풀에만 했다.

돼지풀잎벌레는 식피율(지표면에서 식물 군집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을수록 단풍잎돼지풀을 잘 못 먹는다는 점도 확인됐다.

식피율이 50%일 때는 이파리를 80% 이상 먹어 치우던 돼지풀잎벌레가 식피율이 90%일 때는 이파리를 50%도 먹지 못했다.

식피율이 높을수록 단풍잎돼지풀이 분비하는 방어물질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풍잎돼지풀 식피율이 낮은 초봄에 돼지풀잎벌레를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연구진은 분석했다.

다만 돼지풀잎벌레를 생물학적 방제 수단으로 즉각 활용하는 데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전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아직 모르기 때문이다.

호주에서는 사탕수수를 먹는 딱정벌레를 퇴치하기 위해 도입된 중남미 출신 맹독성 양서류 '사탕수수두꺼비' 때문에 호주 민물 악어가 멸종위기에 내몰린 적 있다.

연구진도 "돼지풀잎벌레는 외래생물이므로 방출량과 분포범위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라며 "안정적인 활용을 위해서는 사육과 방사 이후 관리 방법이 중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북미 출신인 단풍잎돼지풀은 유럽, 아시아, 호주 등지에 서식하는 한해살이풀이다.

한국에서는 1964년 처음 발견됐으며 한국전쟁 와중에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3m 넘는 큰 키가 특징이다.

한 번에 종자를 5천개씩 생산한다.

개체군 밀도가 높아 농작물 수확량을 감소시킬 수 있고 꽃가루는 인체에 알레르기를 유발한다.

현재는 키가 1m 이하로 작고 다른 식물과 구별하기 쉬운 5∼6월 집중적으로 제거하는 방식으로 물리적 방제가 이뤄지고 있다.

"외래종 돼지풀잎벌레로 생태계교란종 단풍잎돼지풀 방제 가능"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