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한 피노키오 왔다" 게이머 '환호'…개미들은 '아우성' [진영기의 찐개미 찐투자]
주가는 고점 대비 '반토막'
"평가와 별개로 판매량 예상보다 부진할 것"
"주가 하락, 저점 매수 기회로 활용해야"

"계좌를 볼 때마다 슬퍼진다. 언제 반등할 수 있을까." (네오위즈 주주 B씨)
네오위즈에 대한 게이머와 투자자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신작 'P의 거짓'은 큰 호평을 받고 있지만 주가가 부진의 늪에 빠졌기 때문이다. 일부 투자자는 주주환원 정책을 시행하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P의 거짓은 국내 게임사가 처음 내놓은 '소울라이크' 액션 역할수행게임(RPG)이다. 소울라이크는 일본 프롬소프트웨어의 액션 게임 '데몬즈 소울' 시리즈와 비슷한 게임을 뜻한다. 이 게임은 동화 '피노키오'를 소재로 삼았다. 게임에서 장인 제페토가 만든 인형 'P'는 몰락한 도시 '크라트'의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원작 동화처럼 P의 거짓을 플레이하는 게이머들은 중요한 순간마다 거짓말을 할지, 진실을 얘기할 지 양자택일의 상황에 놓인다. 선택에 따라 다른 결말을 맞이할 수 있다. 게이머들은 잔혹극으로 각색된 피노키오를 호평하고 있다.
게이머들이 환호성을 지르는 것과 달리 투자자들은 아우성을 내고 있다. 지난달 27일 네오위즈의 주가는 장중 2만5400원까지 추락하며 52주 최저가를 경신했다. 6월 9일 기록한 52주 최고가 5만3000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지난달 초 P의 거짓 출시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가 4만원대까지 치솟았지만,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올해 2월 1조원에 육박했던 시가총액도 5597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기준 이 증권사를 통해 네오위즈에 투자한 3177명 가운데 89.17%는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손실률은 20.63%에 달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P의 거짓은 '엑스박스 게임패스'로도 플레이할 수 있기 때문에 게이머 입장에서 굳이 돈을 주고 구매할 이유가 없다"며 "향후 다운로드 콘텐츠(DLC)가 출시되더라도 판매량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엑스박스 게임패스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운영하는 구독형 게임 서비스다. 월 1만3500원의 구독료를 내면 수백 가지의 콘솔·PC 게임을 제한 없이 플레이할 수 있다. 이에 반해 스팀에서 P의 거짓을 즐기려면 6만4800원을 지불해야 한다. 이 때문에 게이머들이 직접 P의 거짓을 구매할 요인이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네오위즈 측은 아직 P의 거짓 판매량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P의 거짓과 자주 비교되는 '와룡: 폴른 다이너스티(와룡)'가 출시 후 약 두 달 만에 판매량 100만장을 돌파했다고 밝힌 것과는 상반된다. 같은 기간 누적 플레이어 수(게임패스 포함)는 380만명에 달했다. 올해 2월 출시한 와룡은 P의 거짓과 같은 소울라이크 장르의 게임이다.
주가 하락세가 과해 매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하정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 주가는 P의 거짓 판매량에 좌우될 것"이라면서도 "네오위즈의 장기 주가는 실적을 감안해야 하며 저점 매수 전략을 고려할만하다"고 말했다. 이어 "유사한 게임에 비해 P의 거짓에 대한 관심도는 여전히 높기에 판매량에 대한 우려도 과하다"고 말했다.
매입했던 자사주를 소각해 주주가치를 제고하라는 목소리도 있다. 자사주를 소각하면 유통주식수가 줄어 1주당 가치가 높아진다. 네오위즈는 2021년부터 5차례에 걸쳐 자기주식을 매입했다. 2분기 말 기준 네오위즈가 보유한 자기주식은 164만5049주로 총발행주식수의 7.5%에 해당한다. 회사 관계자는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계획이 생기면 공시를 통해 알리겠다"고 밝혔다.
네오위즈는 차기작 준비에 힘써 본업 경쟁력을 키우겠단 입장이다. '금색의 갓슈벨', '고양이와 스프'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신작이 올해 하반기에서 내년까지 출시될 예정이다. '금색의 갓슈벨'은 일본에서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애니메이션이다. '고양이와 스프'는 심리적 안정을 주는 힐링 게임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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