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당 1억' 압구정 맞먹는다…반포 한강변 마지막 재건축 단지
"서초구는 재건축이 안 된 대단지 아파트가 몇 없어요. 한강변에서 꼽자면 신반포2차 하나 있네요."(서초구 관계자)

'3.3㎡당 1억원' 클럽에 가입한 대단지 아파트는 국내에서 딱 네 곳 있다. 국민은행이 산출한 시가총액 상위 50개 단지 중에 서울 강남구 압구정 구현대로 묶이는 현대 1·2차와 6·7차가 각각 1·3위다.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가 2위다. 33만원 차이로 4위에 올라있는 단지가 서초구 신반포2차다. 전용 107㎡ 기준 지난 6월 36억원에 거래됐다. 지난 6월부터 같은 평형이 지난달 새 37억~39억원에 손바뀜한 래미안 원베일리·아크로리버파크와도 거의 비슷한 가격에 맞춰져 있다. 아직 새 아파트가 되기까지 5년 이상 남은 재건축 단지라는 점을 고려한 시세다.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2차 아파트 위치도. 서울시 제공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2차 아파트 위치도. 서울시 제공
신반포2차를 찾아가면 반백살 가까이 된 단지라기에 좀 의외의 면이 있다. 12층 높이에 버금갈 정도로 높은 아름드리 나무가 줄지어 서 있다는 점이다. 아파트처럼 45살 먹은 나무다. 오래된 아파트지만 그만큼 내부 조경이 잘 관리되고 있다.

신반포2차는 1978년 지어진 1572가구 규모의 아파트 단지다. 서쪽의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1973년 준공)는 철거를 거의 끝냈고, 신반포1차는 래미안 원베일리로 재탄생했다.
서울 신반포2차 아파트. 12층 아파트 높이에 버금가는 나무가 단지에 줄지어 서있다. 1978년 준공된 아파트지만 단지 내부 조경이 잘 돼 있다. 박진우 기자
서울 신반포2차 아파트. 12층 아파트 높이에 버금가는 나무가 단지에 줄지어 서있다. 1978년 준공된 아파트지만 단지 내부 조경이 잘 돼 있다. 박진우 기자
'한강뷰'로는 강남에서도 손꼽을 만한 입지다. 반포대교 남단 동편에 한강변을 따라 길게 뻗어있다. 남동으로 길게 뻗은 래미안원베일리나 아크로리버파크와는 다른 점이다. 한강 맞은편은 재개발이 한창인 한남뉴타운이다. 주말이면 한강을 찾는 사람으로 단지 내부가 붐비기도 한다. 서울 지하철 3·7·9호선 고속터미널역 8-1과 8-2번 출구에서 북쪽으로 직선 거리에 신반포2차가 있고, 단지 중앙을 가로지르는 길의 연장선상에 반포한강공원 출입구가 있기 때문이다.

학군이나 쇼핑 등은 모두 래미안원베일리, 아크로리버파크 등 서쪽으로 인접한 '1억 클럽' 단지와 공유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을 비롯해 수많은 쇼핑시설과 음식점이 들어선 고속터미널 근처에는 학원도 231개가 밀집해 있다. 재건축 조합에서도 사교육 열기를 고려해 단지 내 영어유치원을 설립한다는 계획을 세웠을 정도다.

한강변 최초 50층 재건축

신반포2차 재건축은 '오세훈표 정비사업'인 신속통합기획을 선택했다. 정비계획 심의에 '심판'으로 참여하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과 서울시 공무원이 직접 정비계획의 '초안'인 신속통합기획안을 마련했다. 그 결과 한강변 최초로 50층 재건축이 허용됐다. 한강변 첫 주동 15층 이하 규정도 20층 이하로 완화됐다. 아파트 건축물 높이를 더 높일 수 있게 되면서, 동간 간격을 30m 이상 띄워 쾌적한 주거환경과 함께 도시 미관도 형성할 수 있게 된 것.
서울 신반포2차 아파트 신속통합기획안 조감도. 서울시 제공
서울 신반포2차 아파트 신속통합기획안 조감도. 서울시 제공
신속통합기획안에서는 기존의 35층 정비계획안에서 달라진 게 많다. 서울시도 적지 않은 인센티브를 제시했다. 서울시가 단지 곳곳에 보유한 공유지(보행자전용도로·도로)를 임대조건 기부채납(86가구) 조건으로 단지에 무상 양도하기로 하면서 총 사업면적이 8만5331㎡에서 11만5187㎡로 확 늘어났다.

가구수도 1823가구에서 2050가구 내외로 증가했다. 전체 가구수 중 전용 59㎡은 408가구, 65㎡ 336가구, 75㎡ 288가구, 84㎡ 270가구, 94㎡ 260가구, 105㎡ 150가구, 112㎡ 112가구, 126㎡ 130가구, 138㎡ 91가구, 150㎡ 5가구 등으로 평형이 고르게 배치됐다.

임대주택은 전용 59㎡ 362가구에서 263가구로 줄었다. 대신 일반분양 가구수가 전용 84㎡ 132가구에서 전용 59㎡ 175가구와 전용 84㎡ 40가구로 바뀌었다. 단지 가운데 놓일 예정이던 50m 폭의 연결녹지는 30m로 좁혀졌다.
'평당 1억' 압구정 맞먹는다…반포 한강변 마지막 재건축 단지
한강공원을 가려고 단지 내부를 지나는 시민이 많다는 점을 고려해 한강 접근성을 높이는 방안이 기획안에 들어갔다. 단지 중앙으로는 공공보행로를 놓고, 보행로 변으로 연도형 상가를 배치했다. 단지 동쪽으로 인접한 아크로리버뷰신반포와 단지 사이의 서릿개 공원에서 올림픽대로를 넘어 반포한강공원으로 건너가는 입체 보행교를 신설하기로 했다.

단지 서쪽으로는 서울시가 보행자 전용으로 리모델링 중인 잠수교와 연계해 문화공원을 조성할 계획이다. 한강변 건물엔 수변문화시설(커뮤니티시설)을 배치해 일반 시민에게 개방할 예정이다. 주민에 공유지를 양도하면서 각 조합원의 전용면적을 늘려주고, 서울시는 편입된 공유지 일부를 문화공원으로 활용하게 할 계획이라는 설명이다.
서울 서초구 잠원동의 신반포2차 아파트. 단지 사이로 지난달 입주를 시작한 래미안 원베일리가 보인다. 박진우 기자
서울 서초구 잠원동의 신반포2차 아파트. 단지 사이로 지난달 입주를 시작한 래미안 원베일리가 보인다. 박진우 기자

다음달 정비계획 변경 유력 ... 내년 이주 목표

신속통합기획안을 초안으로 주민 동의를 받아 정비계획 변경안을 마련하면서 바뀐 점도 생겼다. 서울시가 공공보행로변을 따라 배치하라고 권고한 연도형 상가를 없애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건폐율이 29%에서 21%로 확 줄었다. 대신 공공임대주택 대지 면적이 5623㎡에서 6908㎡로 늘었다.

임대주택 면적이 기존 정비계획안보다 신속통합기획안에서 늘어나자 과도하다는 비판이 주민 사이에서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조합 측은 현대건설에 사업성 분석을 의뢰해 신속통합기획을 거쳐 조합의 순수익이 2050억원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추가로 확보한 구역 면적으로 확보한 일반분양 가구수 수익에서 층수 상향으로 인한 추가 공사비를 제외하면 수익이 남는다는 분석이다. 신속통합기획안 추진 때 한강 조망 가구를 최대 920가구 확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6월 조합은 1536명의 조합원 중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어 서초구에 신속통합기획안을 토대로 만든 정비계획 변경안을 제출했다. 마찰을 빚어온 상가 조합원 98명 중 80명 이상이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합과 상가협의회가 정비계획 제출 직전 업무협약을 맺은 성과다.

아파트와 상가의 건축비는 별도로 산정한다는 독립정산제를 채택하기로 했다. 상가 규모나 위치 등 구체적인 안은 건축 심의 때 갑(조합)과 을(상협)이 합의해 결정한다고 합의해 아직 갈등의 불씨는 남아있는 상태다. 서초구 관계자는 "곧 정비계획 변경안에 대한 주민 열람공고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구의회 의견청취를 거쳐 서울시에 넘길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음달까지 신반포2차 정비계획 변경안이 확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합은 2024년 이주, 2028년 입주가 목표다. 촉박해보이는 2024년을 이주 목표로 잡은 건 엘리베이터 사용 연한 때문이다. 13개동에 설치된 엘리베이터의 교체비용만 수십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