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직 상실' 최강욱 재판…3년 8개월간의 쟁점 짚어보니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아들에게 허위 인턴 증명서를 발급해 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법원에서 집행유예(사건번호: 2022도7453)를 확정받았다. 대법원은 재판 과정에서 조 전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참여권을 보장해야 하는지를 집중적으로 심리했다. 정 전 교수의 참여권 보장 필요 여부에 따라 이 사건의 핵심 증거인 하드디스크의 증거 능력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 의원은 변호사로 일하던 2017년 10월, 조국 전 장관의 아들 조모 씨의 인턴 활동 확인서를 허위로 발급해 조 씨가 지원한 대학원의 입시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뉴스1
최 의원은 변호사로 일하던 2017년 10월, 조국 전 장관의 아들 조모 씨의 인턴 활동 확인서를 허위로 발급해 조 씨가 지원한 대학원의 입시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뉴스1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대법관 9명의 다수의견으로 "정 전 교수 등의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조 전 장관 일가와 관련된 다른 사건의 확정판결에서도 증거로 쓰인 하드디스크에 대한 쟁점이 정리된 셈"이라고 전했다.

3년 8개월 만에 재판 종지부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23년 9월 18일 업무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최 의원의 상고심을 열고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입시 비리 관련 핵심 증거가 담긴 하드디스크 임의제출 과정에서 정 전 교수 등의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은 건 위법이 아니라는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며 이 같이 선고했다.

최 의원은 2020년 1월 재판이 시작된 지 약 3년 8개월 만에 유죄를 확정받고 의원직을 잃게 됐다. 선출직 공무원은 일반 형사사건에서 금고 이상 형을 받거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 이상 형을 확정받을 경우 당선인 자격 또는 의원직을 상실하게 된다.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자리가 비어있다.  /뉴스1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자리가 비어있다. /뉴스1
최 의원은 법무법인 청맥에서 변호사로 일하던 2017년 10월 정 전 교수로부터 아들인 조모씨의 대학원 지원에 사용할 목적으로 인턴활동 확인서를 허위로 발급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조씨는 고려대와 연세대 대학원 입시 과정에서 이 확인서를 제출했다. 최 의원은 정 전 교수 등과 공모해 고려대와 연세대 대학원 입학담당자들의 입학사정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정 전 교수는 입시비리 관련 수사가 본격화되자 자산 관리인이던 김모씨에게 자신과 가족들이 집에서 사용하던 하드디스크를 숨길 것을 지시했다. 해당 하드디스크에는 정 전 교수 등의 혐의사실과 관련한 정보가 들어 있었다. 김씨는 이 하드디스크를 은닉한 혐의로 피의자로 입건된 뒤 범행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하드디스크를 수사팀에 임의 제출했다.

1심은 "입시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는 행위"라며 최 의원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에 최 의원은 "하드디스크의 증거능력이 없다"며 항소했다. 그는 "김씨가 하드디스크를 임의제출하는 과정에서 김씨에게만 참여 기회를 주고 하드디스크 주인인 정 전 교수 등에게는 참여권이 보장되지 않은 건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1심 판단 유지했다. 최 의원은 다시 상고장을 제출했다.

"하드디스크 실질적 보유자는 김모씨"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대법관 13명 중 9명의 다수의견으로 최 의원 측 상고를 기각했다. 이들은 "하드디스크 임의제출 과정에서 정 전 교수 등에게 참여권이 보장돼야 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씨는 증거은닉 목적으로 정 전 교수로부터 이 사건 하드디스크를 교부받았으므로 정보저장매체에 대한 현실적 지배·관리 및 전자정보에 관한 관리처분권을 사실상 보유·행사하는 지위에 있다"고 봤다. 증거은닉범행의 피의자이면서 임의제출자이기도 한 김씨가 하드디스크를 임의제출한 이상 김씨의 참여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또 "정 전 교수 등은 증거은닉을 교사하면서 이 사건 하드디스크의 지배·관리 및 전자정보에 관한 관리처분권을 사실상 포기하거나 김씨에게 양도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정 전 교수는) 하드디스크 임의제출 과정에서 참여권이 보장돼야 할 실질적 피압수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