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열풍의 숨은 수혜주 '아리스타', 클라우드 순풍 타고 훨훨 [글로벌 종목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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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열풍의 숨은 수혜주
데이터 센터 스위칭 시장서 독점
클라우드 서비스 확대되며 수익 증가

올해 들어 인공지능(AI) 열풍으로 네트워크 장비 업계에도 훈풍이 불고 있다. AI가 처리하는 데이터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기업마다 AI를 적용하기 시작하면서 데이터 센터 수요도 확대되기 시작했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선 데이터 처리량이 더 늘어나면서 관련 업계도 수혜를 입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AI 열풍 숨은 수혜주

네트워킹 소프트웨어 업체 아리스타 네트웍스(티커 ANET)의 주가도 올해 들어 고공행진하고 있다. 아리스타 주가는 올해 들어 53.29%(18일 종가 기준) 상승했다. 기술주로 이뤄진 나스닥 지수의 같은 기간 상승률(30.3%)을 크게 웃돈다.

아리스타 주가가 급등한 배경엔 AI 열풍이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 오픈AI, 구글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들이 앞다퉈 AI 개발을 추진하며 데이터 센터에 대한 수요가 확대했다. MS와 메타는 아리스타 네트웍스의 주요 고객사 중 하나다.

챗GPT 등 고성능 AI의 기계학습(머신러닝)을 위해선 대규모 데이터센터가 필요하다. 연산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과부하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IT업계에선 이를 '병목현상'이라고 부른다. 실제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메타는 이 현상 때문에 네트워킹 속도가 이전보다 40% 이상 낮아진다고 경고한 바 있다.

시장에선 아리스타 네트웍스가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리스타 네트웍스(옛 아라스트라)는 2004년 썬 마이크로시스템즈의 창업자 앤디 벡톨샤임과 데이비드 체리튼 스탠포드대 교수가 공동 창업한 IT기업이다. 주로 네트워킹 소프트웨어 및 장비를 개발해왔다.

아리스타 네트웍스 기술의 핵심은 네트워킹 스위치에 있다. 서버끼리 대규모 데이터를 주고받을 때 가장 빠른 경로를 통해 이를 처리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이다. 데이터 흐름을 통제하는 신호등인 셈이다. 데이터 센터에서 방대한 데이터가 몰려와도 순식간에 이를 정리해서 순차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 해준다.

클라우드 서버용 운영체제(OS)인 EOS도 아리스타 네트웍스가 지닌 무기 중 하나다. 아리스타 네트웍스의 모든 네트워크 장치에 동일한 운영체제를 적용했다. 모든 장비를 한 곳에서 통제하면서 연산 속도를 늘린 것이다. 다른 회사 네트워크 장비와도 호환할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이 같은 장점을 기반으로 아리스타의 시장 점유율은 2012년 4%에서 지난해 25%까지 급등했다.

전문가들은 아리스타 네트웍스의 기업가치가 더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데이터 센터 수요가 계속 확대하고 있어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세계 데이터 센터 시장은 2030년까지 4180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 연평균 성장률(CAGR)은 9.6%에 달한다.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도 매년 20%씩 성장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탄탄한 재무 상태도 강점

아리스타 네트웍스는 주로 고성능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네트워킹 시장 점유율을 높여왔다. 대규모 제조 설비가 필요하지 않아 재무 상태가 견고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리스타 네트웍스의 부채비율(부채/자본)은 131%로 경쟁사 시스코(187%)를 밑돈다.

수익성은 동종 업계 평균값(23%)을 뛰어넘는다. 지난 3년간 아리스타 네트웍스의 영업이익률은 평균 30%에 달한다. 2020년 30.1%에서 지난해 34.8%까지 증가했다. 네트워킹 하드웨어를 판매하는 시스코(27%)나 화웨이(2.3%)에 비해 월등히 높다.

아리스타 네트웍스는 강점을 기반으로 사업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클라우드 솔루션을 비롯해 IT기업의 전산 서버용 소프트웨어를 선보이고, 대학 캠퍼스용 네트워킹 장비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매출에서 메타와 MS 두 기업의 비중(10%)이 크다는 약점을 개선하려는 것이다.

지난달에는 AMD, 인텔, 메타, MS, 휴렛패커드(HP) 등 빅테크와 함께 '울트라 이더넷 컨소시엄(UEC)'을 구성하기도 했다. 공동 연구개발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는 동시에 고객사를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UEC는 인터넷 표준 규약인 이더넷을 고성능 AI 용으로 개선하기 위한 프로젝트다. 낮은 전력으로 빠르게 손실을 최소화하며 데이터를 주고받는 네트워크망을 구축하는 게 목표다.

다만 주주들에게 배당하지 않는 점은 아리스타 네트웍스의 단점으로 꼽힌다. 2014년 뉴욕증시에 상장한 이후 지금껏 배당을 한 적이 없다. 하지만 자사주 매입을 꾸준히 늘리며 총주주 수익률을 끌어올렸다. 2019년 2억 800만달러어치의 자사주를 처음 매입한 뒤 지난해 6억 2190만달러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일반적으로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하면 유통주식 수가 줄어 주가가 올라간다.

씨티그룹은 아리스타 네트웍스에 대해 “AI 열풍의 숨은 수혜주"라며 "생성형 AI 수요가 확대될수록 고성능 네트워킹 장비가 필요하다”며 “이 때문에 아리스타 제품에 대한 수요가 2025년까지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