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항암제’ 확대되나…CAR-T 개발 바이오기업 ‘호재’
항암 치료제 킴리아는 21세기 들어 가장 혁신적인 신약으로 불린다. 고통스러운 항암 치료 없이 한번의 투여로 30%에 이르는 혈액암 환자가 완치돼 '기적의 치료제'로 불린다.

2021년 한국에도 시판이 허용됐지만 아직 많은 암환자들은 관련 치료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다. 3억6000만원에 이르는 1회 투여 가격도 큰 장벽이지만, 실제로 투여가 가능한 병원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킴리아는 세포처리시설(GMP)이 갖춰진 병원에서만 시술할 수 있다. GMP는 서울아산병원과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이른바 '빅5'에만 설치돼 있다. 그만큼 치료를 받기 위한 대기 시간이 길어지고, 지방에 있는 환자들은 서울에 올라와야 치료를 받을 수 있다.

킴리아와 같은 키메라 항원 수용체 세포(CAR-T) 치료제의 시술 병원을 확대하는 법안을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내놨다. 큐로셀 등 CAR-T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국내 바이오 상장사들도 간접적으로 수혜를 누릴 수 있을 전망이다.

캄리아 치료 병원 5개→47개

이 의원은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서 CAR-T 치료제를 처방할 수 있는 병원의 기준을 확대했다.

'의약품 제조 관리 기준에 맞춘 GMP 시설 구비'라는 현행 조건을 '장기이식 의료기관으로 지정된 조혈모세포 이식 기관'으로 완화한 것이다. GMP 시설은 건립과 유지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
‘꿈의 항암제’ 확대되나…CAR-T 개발 바이오기업 ‘호재’
'빅5' 이외에는 국내 병원들이 해당 시설을 갖출 염두를 못 내는 이유다. 하지만 조혈모세포 이식 기관으로 지정된 병원은 47개에 이른다. 그만큼 CAR-T 처방이 활성화될 수 있다.

CAR-T 치료제는 환자에서 채취한 T세포 표면에 암세포의 특정 항원을 인지하는 키메릭 항원 수용체(CAR)가 발현될 수 있도록 유전적으로 재조합한 뒤, 다시 환자의 몸에 주입하는 방식을 이용한다. 킴리아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처방된다.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
  • 호재 예상 기업: 큐로셀, 동화약품, 유틸렉스, 앱클론, 필룩스, 제넥신, GC셀, 파멥신
  • 발의: 이용우 의원(02-784-8780)
  • 어떤 법안이길래
    =세계 최초 키메라 항원 수용체 세포(CAR-T) 치료제 킴리아 사용을 위한 규제를 대폭 완화
    ='의약품 제조 관리 기준에 맞춘 GMP 시설 구비'를 '장기이식 의료기관으로 지정된 조혈모세포 이식 기관'으로 완화
  • 어떻게 영향 주나
    =서울 5대 대형병원에 제한됐던 킴리아 치료를 수도권 및 지방 병원에서도 할 수 있도록 확대
    =킴리아는 물론 이후 CAR-T 치료제 사용이 보다 대중화될 전망

우선 혈액암 환자의 환자의 말초 혈액에서 적절한 양의 림프구를 채취해 얼린 상태로 미국에 보내면, 미국에서 T세포를 분리한 뒤 유전적으로 조작해 CAR-T 세포치료제(킴리아)를 만든 뒤 역시 얼린 상태로 한국에 보내온다. 병원에서는 이 치료제를 환자에게 시술하게 된다.

이처럼 미국에서 만들어진 CAR-T 치료제를 환자에게 시술하는 것인만큼 세포 증식 등에 사용되는 GMP 시설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 이 의원과 지방 병원들의 주장이다. 실제 세브란스병원 등에서는 조혈모세포 이식팀이 킴리아 치료에서도 활약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큐로셀 유틸렉스 등에 장기 호재

국내에서 치료에 활용되는 CAR-T는 킴리아가 유일하다. 킴리아는 미국 제약사인 노바티스가 제조한다. 그렇다보니 관련 치료 인프라 확대는 국내 바이오사와 관계가 없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번 법 개정을 통해 확대된 CAR-T 치료 확대는 관련 연구개발에 나선 국내 바이오사들에게도 장기적으로 호재가 될 수 있다. CAR-T 치료제를 개발한 이후 시장 투입과 관련된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서다.

국내 바이오업체 중에서는 큐로셀과 유틸렉스, 앱클론이 CAR-T 치료제를 개발해 임상에 나서고 있다. 동화약품과 필룩스, 제넥신, GC셀, 파멥신 등도 비슷한 신약을 개발하고 있거나 CAR-T 치료제를 개발할 잠재력을 갖춘 기업으로 꼽힌다.

이용우 의원측 "21대 국회 처리 기대"

이 의원은 금융 전문가로 금융사 및 금융시장과 관련된 법안에서 상당한 성과를 내왔다. 소속 상임위도 관련 법안을 처리하는 정무위다. 그렇다보니 복건복지위에 상정된 첨단재생의료법 개정안이 실제로 통과까지 가능할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주무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처도 국회 검토보고서에서 조금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바 있다. 검토보고서에서 식약처는 "CAR-T 치료제의 국내 의료기관 사용 활성화를 위한 입법취지에 공감한다"면서도 "다만 조혈모세포 이식기관은 인체세포등 관리업과는 그 업무범위와 필요한 시설·장비·인력 기준이 다르다는 점에서 인체세
포등 관리업의 허가를 받은 것으로 간주하기는 어려운 점이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난점에도 이 의원측은 해당 법안의 올해 정기국회처리를 자신하는 분위기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식약처와도 법안 내용의 상당 부분에 대해 공감대를 이뤘다"며 "일부 법리적인 형식 부분이 바뀌는 선에서 21대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