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증시 활성화 대책을 내놨는데도, 중국 자본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중국 증시의 하락세도 길어지고 있다.

中, 증시 활성화 대책에도…안 멈추는 '외국인 엑소더스'
21일중국상하이종합지수는전날보다 0.77%떨어진 3084.70으로마감했다.MSCI 중국지수는 3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지난 8월 초만 해도 20,000선을 넘던 홍콩 항셍지수도 전날보다 1.29% 떨어진 17,655.41로 장을 마쳤다. 블룸버그통신은 미·중 패권전쟁이 격화하고 있고, 중국 경기가 이른 시간 안에 회복될 가능성이 작아 보인다는 점을 감안할 때 중국 증시의 부진한 흐름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국인 자금의 ‘탈(脫)차이나’ 행렬이 중국 증시 부진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중국 증시가 최고점에 도달한 2021년 12월 이후 올해 6월까지 약 1년 반 동안 중국 증시와 채권시장에서 1조3700억위안(약 251조원)의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갔다. 지난 8월에만 120억달러(약 16조원)의 외국인 자금이 중국 시장에서 이탈했다.

지카이 천 BNP파리바 아시아·신흥국 주식 부문 대표는 “중국 부동산 시장과 내수 위축 등에 대한 우려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중국 투자 비중을 크게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경기가 둔화세를 보이는 것은 물론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 등 대형 부동산개발업체가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를 맞으며 중국 부동산 시장이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부동산 위기가 금융위기로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 행렬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미·중 패권전쟁 격화로 지정학적 불안이 가중되면서 중국에서 돈을 빼는 외국인 투자자가 늘고 있다는 평가다. 대신 투자자들은 다른 아시아 신흥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올해 외국인 투자자들은 중국 채권을 260억달러(약 34조원)어치 매도하면서 아시아 신흥시장 채권은 620억달러(약 82조원)어치 매수했다.

이런 외국인 자금 이탈 행렬은 중국 정부의 시장 신뢰 회복을 위한 노력이 투자자들의 호응을 얻는 데 실패한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 20일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유동성을 합리적으로 충분히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도구를 사용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지난달부터 주식 거래 비용 절감, 대주주의 지분 매각 제한 등 증시 활성화 대책도 잇따라 내고 있다. 우셴펑 선전룽텅자산관리 펀드매니저는 “중국 정부가 시장 안정 기금을 통해 새로운 매입에 나서는 등 더 적극적 대책이 나와야 중국 증시가 되살아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징=이지훈 특파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