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방러 마무리…외신 "북러 무기거래 위험" 조명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7일 러시아 방문 일정을 마무리한 가운데 외신들은 이번 러시아 방문을 뚜렷한 '전환점'으로 주목했다.

주요 외신은 4년 5개월만에 역대 최장기인 5박 6일 동안 이어진 김 위원장의 외국 방문이 한반도와 국제정세에 미칠 파장을 거론했다.

일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군사 및 경제협력을 중심으로 북러밀착이 속도를 낼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유엔의 대북제재가 무력화하고 북한·중국·러시아와 한국·미국·일본간 '신냉전' 대립구도가 심화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 '왕따국가' 북러의 밀착…무기거래로 대북제재 무력화하나
AP통신은 이날 서울발 기사에서 "이번 주 김정은의 군사·기술 현장 방문은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 소모전이 되면서 북한이 군수품을 공급하는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무엇을 원하는지 아마 암시한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지난 13일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진행된 북러 정상회담에 대해 "우주에 기반을 둔 정찰 자산과 미사일 기술을 확보하려는 김정은의 노력"이라고 평가했다.

또 AP는 김 위원장이 러시아로부터 핵 추진 잠수함 등에 대한 첨단 기술을 확보하고 러시아와 해군 합동훈련을 시작하려는 야욕이 있다고 언급했다.

서방에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전에 필요한 소련제 탄약 등 무기를 북한으로부터 받고 북한에는 인공위성 및 탄도미사일 기술 등을 지원할 수 있다는 관측이 많았다.

이런 북러 간 무기 거래가 현실이 될 경우 북한의 핵 및 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유엔의 제재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유엔 소식 전문지인 '유엔 디스패치'의 마크 레온 골드버그는 지난 11일 북한과 러시아 사이에 무기 거래가 이뤄진다면 북한의 핵 개발 야망을 막으려 했던 지난 15년간의 외교적 노력이 뒤집어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무기 거래에 대해 합의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지난 15일 북러 무기 거래 의혹에 대해 "김정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기간에 군사 관련을 포함한 어떤 협의에도 서명하지 않았으며 그럴 계획도 없다"며 부인했다.

외신은 국제사회에서 나란히 제재받는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가 김 위원장의 방러를 통해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12일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합의를 도출한다면 오랫동안 제한된 협력, 상대적으로 소규모 무역에 머물렀던 양국 관계가 훨씬 실질적 관계로 바뀔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CBS 뉴스도 같은 날 "수십년간 냉탕과 온탕에서 복잡한 관계였던 러시아와 북한은 작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적으로 침공한 뒤 서로 가까워졌다"고 보도했다.

김정은 방러 마무리…외신 "북러 무기거래 위험" 조명
◇ 북중러 vs 한미일 신냉전 우려…"북러밀착에 중국은 난처" 분석도
미국 등 서방의 경고를 무시한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에 한반도를 중심으로 '신냉전'이 심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예상이 제기됐다.

우크라이나전을 계기로 서방과 러시아의 대결이 강화된 상황에서 북한·중국·러시아와 한국·일본·미국의 대립 구도가 한층 격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14일 북한이 옛 소련제 무기를 대량으로 제공함으로써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패배를 막는 것도 중국에 훨씬 유리한 결과라며 중국이 북러의 무기 거래를 이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러 정상회담에 이어 중국과 러시아의 고위급 접촉이 뒤따를 예정이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18일 모스크바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만날 계획이다.

크렘린궁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이 올해 안에 열릴 예정이다.

그러나 북중러의 '3각 공조'의 향방은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중국이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공을 들이는 상황에서 북한, 러시아와 한패로 묶이는 것을 반기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NYT는 16일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양국 관계를 급격히 진전시키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곤경에 빠질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NYT는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가 더 가까워지면 둘 다 중국에 덜 의존하게 될 수 있다"며 "이런 상황 때문에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북한의 핵 프로그램 억제에 대한 글로벌 협상에서 중국이 가진 것으로 여겨지는 영향력이 감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일본 아사히신문도 지난 7월 북한에서 열린 '전승절'(정전협정기념일) 70주년 열병식에 중국이 최고 지도부를 파견하지 않았다는 점을 언급하며 중국 내에 '북중러'라는 틀로 엮이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견해가 있다고 소개했다.

미국에서는 김 위원장의 방러와 관련해 미국 대북정책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일각에서 나온다.

미국 외교 및 국가안보 관련 칼럼니스트인 조시 로긴은 워싱턴포스트(WP)에 16일 게재한 글에서 "외교가 없을 때 북한은 무기 프로그램을 가속화하고 미국의 적들과 가까워지며 분쟁의 위험도 높아진다"고 주장했다.

이어 "평양에 대한 바이든 정부의 무개입 정책의 결과는 이번 주 러시아 극동 지역에서 나타났다"며 "러시아의 위성 및 로켓 기술 이전은 북한 정권의 핵무기를 더 위험하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정은 방러 마무리…외신 "북러 무기거래 위험" 조명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