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째 봉사단 이끌며 돌봄과 나눔…"봉사하며 많은 것 배워"
[#나눔동행] "나누면 커져요"…봉사로 2만시간 채운 유수기씨
'나누면 더 커진다'는 구절은 16년째 파랑새봉사단장을 맡고 있는 유수기(68)씨의 좌우명이자 믿음이다.

유씨가 오랜 시간 온갖 어려움에도 100명이 넘는 봉사단을 이끌며 나눔을 포기하지 않은 건 이 믿음 덕분이다.

경북 상주가 고향인 유씨는 18살 때 아는 언니와 함께 인천에 올라왔다.

의지할 친척도, 기반도 없었지만 단칸방 하나를 얻어 살며 차츰 인천 생활에 익숙해졌다.

뚜렷한 기술이 없어 손에 익은 밭일이나 양계장 일을 해주며 생계를 꾸리던 차에 택시기사인 남편을 만났다.

서구 가좌동에 부엌 하나가 딸린 방을 얻어 신혼살림도 차렸다.

유씨는 당시 고향보다 퍽 삭막하게 느껴지던 도시의 풍경에 봉사를 시작하게 됐다고 한다.

유씨는 17일 "어릴 적 시골엔 거지나 한센병 환자들이 많았는데 어머니가 그 사람들을 죄다 데려와 밥상을 차려주곤 했다"며 "그런 모습을 보다가 대도시에 올라와 살다 보니 뭔가 삭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사소한 나눔부터 시작했다.

주변에 많던 한부모 가정에 반찬을 만들어 주고 김장 김치도 날랐다.

남편이 택시 운전 중 사고를 내 홀로 생계를 꾸리던 시절에도 봉사만큼은 포기하지 않았다.

유씨 가족이 "지금 우리 형편에 누굴 돕느냐"며 말리기도 했지만, 그는 장사로 번 돈에서 매달 5천원씩 떼어 보육원에 기부했다.

유씨는 "호떡, 콩나물, 옥수수, 속옷 장사에 실내 포장마차까지 해가며 몰래 보육원에 후원했는데 금액이 너무 적어 부끄러웠다"며 "하지만 '5천원이면 라면이 몇 봉지인데 왜 적냐'고 해주셔서 너무 감사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나눔동행] "나누면 커져요"…봉사로 2만시간 채운 유수기씨
그는 우연히 복지관에서 "할아버지가 불도 안 들어오는 폐가에 혼자 살고 있다"는 말을 듣고는 홀몸 어르신 돌봄에도 나섰다.

유씨는 재건축 철거 현장이나 폐가에서 만난 홀몸 노인 5명에게 "따스운 방에 물도 드릴 테니 함께 가자"고 손을 내밀었다.

그렇게 집에 데려온 어르신들은 돌아가실 때까지 길게는 10년 넘게 돌봤다.

그가 어머니라 부르던 한 할머니는 10년 전 병세 악화로 인천의료원에 입원시킨 뒤에도 매일 같이 아침밥을 챙겼다고 한다.

할머니는 결국 돌아가셨지만, 그의 작은 아들은 은혜를 잊지 못했다.

지난 13일에는 유씨를 홀연히 찾아와 "용돈으로 쓰라"며 50만원이 든 봉투와 쇠고기 육포를 건네고 떠났다.

이야기 끝에 눈물을 훔친 유씨는 "왜 이렇게 많이 넣었느냐고 했더니 어려운 일 있으면 다 도와주겠다고 하더라"며 "그때도 가슴이 뭉클하면서 눈물이 났다"고 했다.

그가 2008년부터 단장을 맡게 된 파랑새봉사단은 인천 전역에서 반찬 나눔, 양로원·장애인시설 지원, 무료 밥차 등 다양한 봉사를 펼치고 있다.

정기 후원자는 3명에 불과해 회원들이 폐지와 중고물품 등을 팔아 번 돈을 봉사단 활동비에 보태고 있다.

유씨는 어느덧 봉사로만 2만456시간을 채워 올해 인천시자원봉사센터 명예의 전당에도 오른다.

그의 긴 나눔 인생을 짐작게 하듯 봉사단 사무실 벽에는 여러 단체에서 받은 상장과 상패가 빼곡했다.

유씨는 "봉사가 아니었으면 남을 이해하려는 생각도, 남을 바라보는 시선도 지금만 못했을 것"이라며 "대학교도 못 가봤지만 봉사를 하면서 더 많은 걸 배웠다"고 활짝 웃었다.

[#나눔동행] "나누면 커져요"…봉사로 2만시간 채운 유수기씨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