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스마트] AI, 노동자에게 저주일까 축복일까
인공지능(AI)의 진화로 가장 큰 변화가 예상되는 분야 중 하나는 고용이다.

챗GPT가 명문 경영전문대학원(MBA) 학생들보다 훨씬 뛰어난 사업 구상을 내놨다는 최근 분석 결과는 물론 작문, 작곡, 코딩, 그림까지 척척 해내는 모습에 조만간 사람의 일자리 다수를 대체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커진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여론조사업체 갤럽이 지난 5월 8∼15일 미국 성인 5천458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이달 13일(현지시간) 발표한 설문 결과에서 응답자 4명 중 3명(75%)이 '향후 10년간 전체 일자리 수가 줄어들 것'이라고 답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국내 반응도 대동소이하다.

온라인 여론조사 플랫폼 더폴이 지난 4월 공개한 설문 결과에서 'AI 기술로 일자리가 줄어들 것으로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59.3%가 인간의 일자리는 줄어들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공포심은 AI 기술의 발전상이 대다수가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빠르다는 사실에 기인한다.

16일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의 '인공지능 기술 발전과 일자리의 미래' 보고서에 따르면 사람이 코딩으로 정해놓은 방식으로만 작동하는 종전의 '규칙 기반 AI'로는 모든 업무를 논리적으로 정의해 프로그래밍할 수 없기 때문에 AI에 의한 일자리 자동화에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위클리 스마트] AI, 노동자에게 저주일까 축복일까
그러나 머신러닝 기반의 AI가 과거 규칙화할 수 없었던 추천과 예측 분야까지 적용 범위를 확장하고, 파운데이션 모델의 등장으로 AI가 사람처럼 다양한 분야의 작업을 처리할 수 있게 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하나의 AI 모델이 특정 목적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분야의 문제를 혼자 처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개별 업무뿐 아니라 일자리 자체에 위협이 됐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생성형 AI가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창작 분야에서도 사람과 유사한 수준의 결과물을 내놓으면서 문화·예술 분야까지 영향 범위를 넓혔다.

다만 AI가 무조건 사람의 일자리를 뺏을 것으로 비관할 필요는 없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기술 진보에 따른 생산성 향상으로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고, AI가 기존의 일자리를 완전히 대체하기보다는 보완하는 역할만 할 수도 있어서다.

이 경우 근로자들이 과도한 업무 부담에서 해방돼 더 많은 여가를 즐길 수 있을 것이란 장밋빛 미래 전망도 나온다.

전문가들의 관측은 엇갈린다.

지난 4월 말 발표된 세계경제포럼(WEF) '일자리의 미래 2023' 보고서는 오는 2027년까지 6천900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8천300만 개가 감소해 총 1천400만 개가 순감할 것으로 예상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3월 보고서에서 생성형 AI가 미국 일자리의 7%를 대체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생산성 향상과 새 일자리 창출로 세계 경제가 더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 세계 기업 절반이 AI를 도입하면 향후 10년간 글로벌 GDP가 7%(약 7조달러)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현재로서는 어떤 견해가 맞을지 예단할 수 없다.

AI가 통째로 대체할 수 있는 직업이 얼마나 될지, AI 덕분에 새로 생기는 직업은 얼마나 될지, AI 적용에 대한 사회적 저항이 얼마나 클지 알 수 없어서다.

따라서 과도한 공포심을 갖기보다는 균형 잡힌 시각으로 일자리 변화를 지속적으로 연구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NIA는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