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 칼럼] K팝 막아서는 '7시간 규제' 장벽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K팝 슈퍼 라이브 공연이 열린 지난달 11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은 오전부터 공연팀들의 리허설로 분주했다. 콘서트는 오후 7시에 시작하지만 관람객이 입장하는 오후 2시까지는 세팅을 마쳐야 했기 때문이다. 19개 공연팀은 오전 10시 전부터 서로의 동선을 맞추고 음향과 조명 등 시설을 거듭 확인했다.

마침내 시작된 공연은 뉴진스와 아이브 더보이즈 등 국가대표급 아이돌의 화려한 퍼포먼스 속에 오후 9시가 넘어서까지 이어졌다. 세계 140여 개국, 4만 명의 스카우트 대원은 열광적인 모습으로 콘서트를 즐겼고 K팝 스타들의 저력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공연 리허설은 9시간 전에 시작

앞으로는 K팝 스타들의 이런 모습을 오롯이 기대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국회가 19세 미만 연예인들의 노동 시간을 추가로 제한하는 법안을 논의하고 있어서다. 현행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은 15세 이상은 1주일에 40시간, 15세 미만은 1주일에 35시간을 넘겨서 일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나이와 상관없이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는 노동을 일절 금지한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를 통과한 개정안의 내용은 크게 두 가지다. 1주일에 일할 수 있는 시간을 12세 미만은 25시간, 13~15세 미만은 30시간, 15세 이상은 35시간으로 세분화해 줄이는 내용이다. 충분히 수긍할 수 있는 내용이다. 근로기준법도 15세 이상 청소년의 노동시간을 주당 35시간으로 제한하고 있다.

논란이 있는 것은 하루 근로시간 제한이다. 개정안은 12세 미만은 하루 6시간, 12세 이상은 7시간만 일할 수 있게 해놨다. 만약 이런 법이 있었다면 ‘잼버리 K팝 콘서트’에 참여한 공연팀의 30%는 모든 멤버가 합을 맞추는 ‘완전체’로 무대에 서기 어려워진다. 오전에 리허설했다면 공연이 시작되기도 전에 집에 가야 할 판이다. 뉴진스의 경우 멤버 5명 가운데 민지(19)를 제외한 4명이 오후 9시까지 공연할 수 없다. 뉴진스 혜인은 올해로 15세다.

'보호 울타리' 제대로 쳐야

잼버리 콘서트야 안 하면 그만이다. 그렇지 않아도 나라에 일만 터지면 K팝 스타로 때우냐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다만 개정안의 하루 7시간 조항이 19세 미만의 아이돌이나 아이돌을 꿈꾸는 이들에게 어떻게 작용할지는 냉정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법이 바뀌면 방송사들의 가요 프로그램에 나가는 것도 어려워진다. SBS 인기가요의 경우 방송시간은 오후 3시40분이지만 출연진은 새벽부터 사전 녹화를 한다. 하루 제한 시간 7시간을 가볍게 넘기게 된다. 이미 스타가 된 사람들은 괜찮다. 제작진이 알아서 편의를 봐주기 때문이다.

청소년들이 밤잠을 설치며 일하는 모습이 안타깝다는 마음에 ‘보호의 울타리’를 쳐주고 싶은 마음을 모르는 바가 아니다. 일부 악덕 기획사의 부도덕한 행위도 여전히 경계해야 한다. 하지만 좋은 마음에서 설치한 따뜻한 벽이 어떤 사람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를 막아서는 차가운 벽이 될 수도 있다.

청소년은 보호의 대상이지만 응원의 대상이기도 하다. 무대에 서는 꿈을 꾸며 하루 10시간 넘게 연습하는 친구들을 절망에 빠뜨리지 않도록 국회가 보다 세심하게 검토해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