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李에 "숙고하라"며 변호인 부동의 의견서 보류
변호인 "검찰이 압박" vs 검찰 "조서 다 안 보고 '임의성 없다' 주장"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연관성을 일부 인정한 검찰 피의자 신문 조서가 재판 증거로 채택되는 것에 부동의했다.

이화영 대북송금 입장 '오락가락'…진술 증거 한 달 만에 부인
앞서 이 전 부지사는 자신의 변호인이 해당 조서에 대한 부동의 의견을 제시할 당시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힌 적이 있는데, 한 달 만에 입장을 재차 번복한 것이다.

재판부는 이 전 부지사의 의견이 또 바뀔 수 있다며 변호인의 의견을 보류하고 추후 다시 판단하기로 했다.

12일 수원지법 형사11부(신진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전 부지사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 등 46차 공판에서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 김광민 변호사는 "피고인은 검찰 피의자 조서에 대한 임의성(자발성) 부인 취지로 증거 부동의 의견을 제출했는데 맞냐"는 재판부의 물음에 "그렇다"고 답했다.

대북송금 의혹에 연루된 이 대표의 2차 소환 조사를 앞두고 이 대표의 연관성을 인정한 이 전 부지사의 진술이 검찰의 압박에 따른 거짓이었다고 밝힌 셈이다.

검찰은 지난 7월 중순께 이 전 부지사가 대북송금과 관련한 기존 입장을 일부 번복한 진술 조서를 재판부에 추가 증거로 제출했다.

이 조서에는 이 전 부지사가 "쌍방울에 경기도지사 방북 추진을 요청했다", "도지사였던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쌍방울이 비즈니스를 하면서 북한에 돈을 썼는데, 우리도(도지사 방북) 신경 써줬을 것 같다'는 취지로 보고했다"고 진술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전 부지사의 변론을 맡은 법무법인 덕수 김형태 변호사는 증거 부동의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는데, 이 전 부지사가 변호인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혀 변호인의 의견서는 반려된 바 있다.

검찰은 이날 이 전 부지사 측이 또다시 입장을 바꿔 진술 조서를 부동의 한 것에 대해 이달 초 선임된 김광민 변호사가 방대한 분량의 기록을 검토하지 않고 의견을 제출한 것은 아닌지 의문을 제기했다.

검찰은 "국선 변호인도 기록 검토를 다 못했다고 하는데 새로 선임된 변호인이 그걸 다 검토하는 게 가능한가"라며 "변호인이 현직 경기도의원 신분에다가 굉장히 중요한 분(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조사를 앞두고 있으니 도움 주기 위해 부랴부랴 의견 낸 것이 아니냐"고 했다.

이화영 대북송금 입장 '오락가락'…진술 증거 한 달 만에 부인
이에 김광민 변호사는 "저희는 급박하게 의견서를 제출할 계획이 없었는데 검찰이 직접 연락해 와서 빨리 제출해달라고 해서 낸 것"이라며 "현직 변호인 신분에 문제 제기하신 것 자체가 피고인에게 압박이 될 수 있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증거 의견이 변동될 수 있기 때문에 바로 (증거 능력을 결정짓는) 증거 조사 하지 않겠다"며 이 전 부지사 측의 의견을 보류했다.

아울러 변호인 측에 재판 진행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언론 보도 등은 자제할 것을 주문했다.

이 전 부지사는 대북송금 의혹 관련 입장도 몇차례 바꿔왔다.

그의 부인 백모 씨는 올해 7월 18일 이 전 부지사가 검찰 조사에서 일부 진술을 번복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검찰의 회유와 압박이 있었다며 당시 남편을 실질적으로 변론한 법무법인 해광의 해임신청서를 제출했는데, 이 전 부지사는 "집사람이 오해하는 것 같다"며 진술의 진위를 인정하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이후 그는 사흘만인 21일 옥중 자필 편지로 "김 전 회장에게 이 지사의 방북도 신경 써주면 좋겠다는 취지로 얘기한 바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 전 부지사는 이달 7일 언론에 자필 진술서를 공개해 "검찰로부터 별건 수사를 통한 추가 구속기소 등 지속적 압박을 받으면서 이재명 (당시) 도지사가 (대북송금에) 관련된 것처럼 일부 허위 진술을 했다"며 "이는 양심에 어긋난 행위로서 진심으로 후회하고 있다"고 입장을 다시 뒤집었다.

김광민 변호사는 이날 이 전 부지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것 아니냐는 취재진 질문에 "이화영 피고인이 말을 바꾼 것은 올해 6월경 '이 대표에게 무엇무엇(보고)을 했다'고 한 뒤 지금 와서 해당 진술에 대해 부인하는 것"이라며 "한번 진술 바꾼 것을 되돌려 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재판을 둘러싸고 사법 방해, 사법 지연이 벌어지더니 이제는 사법 조작 행태로 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