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7조원 규모, 브렉시트 후속협상 난항에 그간 교착…英 학계, 복귀 환영
'브렉시트' 영국, EU 과학연구 지원 프로그램 '호라이즌' 복귀
유럽연합(EU)을 탈퇴한 영국이 EU의 대표적인 과학연구 지원 프로그램 '호라이즌'에 복귀한다.

7일(현지시간) 로이터·AFP 통신에 따르면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이날 성명을 통해 EU와 협의 끝에 '호라이즌 유럽' 프로그램 합류를 위한 맞춤형 합의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수낵 총리는 "우리는 영국에 적절한 합의를 끌어내기 위해 EU 파트너들과 협의해 비할 데 없는 연구 기회를 열었다"고 강조했다.

전신인 '호라이즌 2020'에 이어 2027년까지 7년 과정으로 진행되는 호라이즌 유럽은 세계 다자간 연구개발(R&D) 프로그램으로는 최대인 955억 유로(약 137조원) 규모다.

세계 40여 개국 과학자와 기업들이 참여하며 기후변화부터 식량·에너지, 인공지능(AI), 암 치료까지 다양한 연구가 지원된다.

2020년 EU를 탈퇴한 영국은 호라이즌 프로그램에 준회원국으로 가입하기로 EU와 협의했으나, 브렉시트 협정의 후속으로 북아일랜드 관련 협약을 둘러싼 갈등이 이어지면서 승인이 이뤄지지 않았다.

북아일랜드 관련 협약은 올해 3월에야 조인됐다.

영국이 올해 호라이즌 프로그램에 가입하면 2027년까지 7년 과정 중 3년 차에 합류하게 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중간에 합류하는 영국이 이 프로그램에 얼마를 납입해야 하는지를 놓고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졌다가 이번에 일단락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국은 연간 20억 파운드(약 3조3천억원)를 내고, 프로그램에서 나오는 지원금이 영국의 공여분을 맞추지 못하면 환급받는 조건일 것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수낵 총리는 이날 성명에서 EU와 합의 조건에 따라 "개선된 재정적 조건"을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EU 외교관들은 집행위에서 협상이 타결됐더라도 회원국들의 동의가 필요한 만큼, 실제 회원 자격이 발효되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전했다.

영국은 이 프로그램의 최대 수혜국 중 하나였지만, 회원국 자격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영국 연구진이 범 EU 연구 프로젝트에서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없게 됐다는 점 때문에 적잖은 손해를 봐 왔다.

EU 집행위 통계에 따르면 영국 연구 프로그램들이 받은 지원금 규모는 2019년에는 1천364건, 9억5천900만 유로(약 1조4천억원)였으나 올해 들어서는 192건, 2천200만 유로(약 315억원)에 그쳤다.

영국이 호라이즌 유럽에서 제외되면서 260만 파운드(약 43억원) 규모 프로젝트의 주 연구자 자격을 상실했던 카스텐 웰시 리버풀대 교수는 "너무 오랫동안 불확실한 상태로 있었기에 이번 소식이 너무나 기쁘다"고 환영했다.

한편, 영국 총리실은 영국이 EU의 지구 관측 프로그램인 코페르니쿠스에도 참여할 예정이나 EU의 원자력공동체(Euratom) 프로그램에는 합류하지 않고 영국 내 융합에너지 전략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