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쟁 탱크 앞 천진한 물놀이…너무 밝아 더 슬픈 아이 모습
어린이 모습 그리는 홍은표 작가
'위태로운 아이 그림'으로 경각심
"전쟁은 어른들 책임…반성해야"
천진난만한 아이 모습으로 공감 얻어
"누구나 그림에 감정이입 할 수 있어"
홍 작가는 "누구나 그림에 감정이입을 할 수 있다는 게 사람들이 내 작품을 좋아하는 주된 이유”라고 말했다. 예컨대 그의 그림 '엄마가 오기 전에 2'는 엄마가 외출한 틈을 타 어린 남매가 집을 난장판으로 만드는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둘은 커다란 싱크대에 목욕 거품을 풀어놓고 몸을 담궈 부엌을 잔뜩 어지럽힌다. 홍 작가는 "아이가 풍선을 들고 길을 걸어가는 모습, 아이스크림을 먹는 모습, 장난감을 갖고 노는 모습 등도 많이 그린다"며 "보는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들어 주는 천진난만한 모습들"이라고 했다. 홍 작가는 2010년 조선대 미술학부를 졸업한 뒤 중국 중앙미술학원에 진학해 2016년 미술 석사학위를 받았다. 중국 미술시장은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크다. 홍 작가는 중국 유학 중 삶에 큰 영향을 주는 사건을 겪었다. 그는 2013년 심각한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 입원했다. 그런데 당시 자신처럼 큰 교통사고를 당한 아이가 옆 병상에 입원했고, 홍 작가는 이 아이의 모습을 보며 몇 개월을 지냈다. 홍 작가는 당시 이 아이가 고통 속에서도 미소와 동심을 잃지 않는 모습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홍 작가는 “당시 통증이 심했고 장애가 남을 수도 있는 상황이어서 몸과 마음이 모두 힘들었다"며 "같은 병실에 있던 5살짜리 아이 역시 큰 부상을 당했지만 웃음과 긍정적인 마음으로 시련을 이겨내는 모습을 보고 큰 위안을 얻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아이는 병문안 오는 사람들이 사다주는 작은 선물에도 행복해 했다”며 “이 모습을 보고 동심을 주제로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홍 작가가 어린이의 천진난만한 모습만 그리는 건 아니다. 그는 위태로운 상황에 처한 어린이의 모습을 그림으로써 "이 아이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사회에 던지는 일도 한다. 지난해 우크리이나 전쟁이 터졌을 때는 거대한 탱크 앞 물 웅덩이에서 튜브를 타고 위태롭게 물놀이를 하는 어린이의 모습을 그렸다. 전쟁으로 어린이를 희생시키는 어른들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해서다. 이밖에 어린이로 상징되는 풍선이 자동차 사이에 끼어 있거나, 분쟁지역의 소년병이 총을 들고 있는 모습 등도 그린다. 다만 작품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최근으로 올수록 화사해졌다. 어린이들이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을 작품에 담다보니 자신도 모르게 그런 작품이 나오게 됐다고 한다. 홍 작가는 "작품 속 아이들은 때로 얼굴에 반창고를 붙이고 있지만, 어떤 시련 속에서도 미소를 잃지 않는다"며 "이런 긍정적인 마음과 미소가 어른들의 마음을 정화시키고, 아이를 희생시킨 어른들로 하여금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게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사실적이면서도 위트 있고 밝은 분위기를 주는 작품을 그리고 싶다"며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작가가 되겠다"고 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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