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k Hyung Geun ⓒ지성종
Park Hyung Geun ⓒ지성종
박형근은 2000년부터 지각성, 영성 등의 주제를 탐색하며 '두번째 천국' '텐슬리스' '테트라포드' 등의 시리즈를 발표해온 중견 사진작가다. 근현대 이후 형성된 공간과 사물의 배치, 지각 방식에 관심이 있다. 근대성과 지역에 얽힌 역사 및 이야기, 환경 문제에 대한 조사를 기반으로 사진작업을 진행 중이다.

박 작가는 영국 런던대 골드스미스컬리지대학원에서 시각미술을 전공하고 이미지와 커뮤니케이션을 공부했다. 금호미술관과 이탈리아 Paola Meliga 갤러리, 스페이스 소 등에서 21회의 개인전을 가졌으며 국립현대미술관과 서울시립미술관 등 국내외 170여회의 기획전에 참여했다. 2006년 금호영아티스트, 2014년 프랑스국립케브랑리박물관의 포토케이레지던시 등에 선정됐다.

그의 대표작인 텐슬리스 연작은 사진에 이야기를 담아 '사실을 재현하는 매체'라는 사진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시도다. 2003년께 영국 런던에서 시작해 최근까지 20년간 지속 중인 사진작업이다. 자연, 공원, 숲 등의 장소에서 작가의 의도에 부합하게 연출하거나 구성한 게 특징이다. 저명한 사진 평론가 이안 제프리는 텐슬리스 연작에 대해 “박형근의 사진은 사물에 대한 깊은 통찰력과 감화력을 보여주며, 우리를 다른 차원으로 인도한다”고 평했다.
"예술의 종착점은 미완성" 기억과 땅에 얽힌 역사, 사진에 담다
올해 출품 예정작 '유동성의 지형학(Fluidic topography)'은 지표면의 구조와 자연환경을 연구하는 학문인 '지형학'에서 착안해 물, 불, 바람, 빛 등 자연 본연의 작용으로 형성된 세계와의 물리적 접촉인 ‘걷기’ 에 집중한 작업이다. 제주도에서 용암이 흘러내린 흔적 위에 형성된 하천을 직접 걸으며 영감을 얻었다.

박 작가는 "예술의 종착점은 미완성"이라며 "묵묵히 정진하는 가운데 늘 깨어 있으려 노력한다"고 했다. 경직된 사고와 진부한 감각이 지속되는 건 예술가에게 위험한 일이기 때문에, 하나의 스타일을 고수하지 않고 다양한 시도를 거듭해왔다는 설명이다. 그는 "작가로서의 생존은 작품이 살아있을 때 가능하다"며 "스스로의 한계를 항상 직시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최근 "사진의 매체성에 대한 고민을 여러 관점으로 들여다보고 있다"고 했다. 사진작가로 오래 살다 보니 비로소 사진이란 게 무엇인지 알 것 같다는 게 박 작가의 얘기다. "사진으로 다양한 지점을 연결하고 재배치하는 시도에 관심을 두고 있다. 예를 들어 제주 근현대사의 사건과 풍경의 미학적 측면을 결합시켜 기억, 역사, 지질학 등에 대해 사진으로 얘기하는 것처럼. 동시대 사진의 역할과 가능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
Park Hyung Geun ⓒ지성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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