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피스트리라는 낡은 장르에 ‘시각적 수수께끼’를 한가득
마하람(Maharam)은 1902년 미국에서 창립된 세계적인 직물회사다. 이곳의 수석 디자이너 우나 브랭엄-스넬(b.1989)은 요즘 뉴욕 미술계에서 주목하는 아티스트다. 그녀의 개인 작업 안엔 오래된 매체에서 볼 수 있는 텍스타일 디자인의 우화적 상징들과 현대적인 도상으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태피스트리’라는 이 낡은 장르에서 그는 자신만의 새로운 장르를 구축하고 있다. 초현실적이고 유머러스한 구성, 하나의 대서사를 만들 만큼의 스토리텔링이 주무기다.

“문장(紋章), 민속 예술, 만화책 등에서 이미지를 가져와 아주 익숙한 상징들을 밀집된 장면 안에 결합합니다. 산업용 자카드 퀼팅과 수작업 자수를 결합해 다층적이고 서술적인 작품들을 만들어내죠. 여러 면에서 긴장감을 연출하려고 합니다.”
태피스트리라는 낡은 장르에 ‘시각적 수수께끼’를 한가득
그는 이번 KIAF 하이라이트에 5점의 작품을 건다. 각각 기묘한 디테일들로 개성이 넘친다. <Sulker at Home>은 청구서를 지불하는 남성의 모습이고, <Treelicker>는 공원에 있는 여성, <Lemon Ritual>은 정물화다. <I will not give up my favorite decoration>과 <Love Letter to a Nightmare>는 전설과 동화의 주요 형식인 ‘공주와 용’이라는 원형을 전제로 하고 있다.

브랭엄-스넬의 작품은 공예를 기반으로 하지만 보통의 섬유미술에서 보여지는 시각적 언어에 국한되지 않는다. 어딘가 모르게 부조화스럽기도 하고, 익숙하면서 낯선 장면들이 반복되면서 보는 이들에게 자유롭게 상상하게 만든다. 그는 “접근 방식 자체가 섬유미술보다는 현대 회화에서 더 일반적이다”며 “장르에 대한 부담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에 집중하는 편”이라고 밝혔다.
태피스트리라는 낡은 장르에 ‘시각적 수수께끼’를 한가득
로드아일랜드 디자인 스쿨을 졸업하고 뉴욕 퀸즈에서 사는 작가는 회사를 다니는 중에도 항상 자신의 예술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고 꾸준히 개인 작업을 해왔다.

“예술하는 것이 근본적으로 이기적인 행위일 수 있지만, 여전히 할 가치가 있다고 믿어요. 딱히 어떤 예술적 동기를 찾는다기보단 강박적으로 무언가를 계속 만들어내는 편입니다.”
Studio of Oona Brangam-Snell
Studio of Oona Brangam-Snell
작가는 앞으로 텍스타일과 태피스트리 작업에 머물지 않고 입체적인 작업을 하고 싶다고 했다.

“실크스크린 인쇄를 작업에 활용하고, 텍스타일이 가진 3차원적인 잠재력을 끌어내기 위해 솜으로 채운 캔버스, 가구에 섬유를 씌우는 작업 등을 하고 싶습니다. 디지털이 아닌 실제 작업을 통해 관람자들에게 ‘방향감각을 잃게 만드는’ 몰입형 경험을 만들어 보고자 해요.” 김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