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ott Kahn, Resting By The Stream
Scott Kahn, Resting By The Stream
니콜라스 파티, 나라 요시토모, 데이비드 호크니, 스콧 칸…. 지금 지구상에서 가장 ‘핫한’ 작가들을 꼽을 때 빠지지 않는 이름들이다. 하지만 이들의 작품을 한국에서 볼 기회는 흔치 않다. 수십~수백억원에 달하는 작품값에도 불구하고 사겠다는 사람이 줄을 서 있어서, 한국의 컬렉터와 관객이 구경하기 전에 이름 모를 외국 백만장자의 수장고로 들어가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의 작품을 보고 싶다면 미국 뉴욕과 영국 런던, 홍콩행 비행기를 탄 후 글로벌 경매사의 경매 프리뷰 전시장에 들어가는 게 가장 빠르다.

서울 종로구 화동 송원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특별전 ‘Briefly Gorgeous : 잠시 매혹적인’은 이같은 글로벌 블루칩 작가들의 작품을 한국에서 볼 수 있는 드문 기회다. 세계 3대 경매사 중 하나로 꼽히는 필립스옥션이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프리즈 서울(프리즈) 기간을 맞아 준비했다. 전시장으로 내려가는 입구에서부터 데이비드 호크니의 꽃 판화 작품이 관객들을 맞는다.
제리 고고시안의 작품.
제리 고고시안의 작품.
관람은 전시장 맨 아래층에서 시작된다. 스콧 칸이 환상적이면서도 부드러운 필치로 그려낸 회화 작품들이 인상적이다. ‘파드되’(2인무), ‘Resting by the stream’(물가의 휴식) 등 3점이 걸려 있다. 전시장 바닥에 있는 미술계 유명인사 제리 고고시안(본명은 힐데 린 헬펜스타인)의 ‘네오-나르시소스’ 설치작품도 인상적이다. 스마트폰 모양의 검은 사각형 위에 머리에 꽃을 단 나체의 남성이 엎드려 있는 모습으로, 작품 제목은 병(病)적인 자기애의 대명사 나르키소스에서 따왔다. 스마트폰과 SNS에 중독된 현대인의 모습이 담긴 작품이다.

바로 위층에서는 알렉산더 칼더의 작품과 함께 호크니의 판화 작품들과 카예하 등의 회화를 만날 수 있다. 니콜라스 파티의 ‘찻주전자’, 인물화 ‘무제’ 등을 주목할 만하다.
Yoshitomo Nara, No Means No
Yoshitomo Nara, No Means No
Nicolas Party, Still Life with an Olive
Nicolas Party, Still Life with an Olive
맨 윗층이 핵심이다. 올 가을 홍콩에서 열리는 필립스의 20세기&동시대 미술 경매에 나오는 주요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추정가 44억~68억원에 달하는 니콜라스 파티의 대형 정물화를 비롯해 요시토모 나라의 대형 회화 등을 만날 수 있다. 같은 방 한 켠에는 쿠사마 야요이의 ‘노란 호박’ 회화 두 점과 ‘빨간 호박’이 걸려 있고, 다른 쪽에는 파텍 필립의 시계와 폴 쥬른의 한정판 시계 등도 함께 둘러볼 수 있다.
1993년생 작가 김호재의 'Behind the Scenes of Your Fantasy'.
1993년생 작가 김호재의 'Behind the Scenes of Your Fantasy'.
경매 시즌 해외 주요 도시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경매 프리뷰 전시다. 공간의 한계 때문에 작품 사이 간격이 좁은 편이라 다소 답답한 느낌도 있다. 하지만 평소 한국에서 보기 어려운 블루칩 해외 작가들의 작품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드문 기회라는 점은 분명하다.

특히 강준석과 김호재, 이유라 등 유망한 한국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함께 볼 수 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만하다. ‘잠시 매혹적’이라는 전시 제목처럼 기간이 다소 짧다. 9월 1~9일 오전 10시~오후 6시, 예약 없이 무료로 관람 가능.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