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LH(한국토지주택공사) ‘전관 카르텔’ 척결에 나선 가운데 수도권 3기 신도시 등 공공주택 공급이 차질을 빚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시장 냉각으로 민간주택 공급이 크게 위축된 데 이어 공공주택마저 계획보다 줄어들면 2~3년 뒤 주택 대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간은 PF 냉각, 공공은 LH 카르텔…주택공급 '암초'
2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LH가 지난 20일 전관 업체와 계약한 설계·감리 용역계약 11건(648억원)을 모두 해지하기로 하면서 이들 사업뿐만 아니라 다른 사업 일정도 위축되거나 지연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확산하고 있다. 중단된 사업이 언제 재개될지 불투명할 뿐 아니라 LH가 진행(계획)하는 사업 전반에 걸쳐 설계·시공·감리 등을 위한 발주 일정이 늦춰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번 용역 중단으로 전국 11개 사업장에서 약 2800가구의 공급이 늦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LH는 다른 사업 일정을 앞당겨 공급계획 속도를 맞추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LH 퇴직자가 근무하지 않는 용역 업체를 찾기 힘든 상황에서 앞으로 절차가 장기간 지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설계·감리 용역 입찰과 심사 후 재선정에 상당한 기간이 걸린다”며 “착공부터 입주까지 줄줄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LH가 하반기 발주할 공사와 용역은 총 8조2000억원 규모에 달한다. 이 중 공사 부문은 7조7000억원, 용역은 5000억원 수준이다.

LH가 각종 수사와 조사 등에 집중하는 것도 본업인 주택과 택지 공급에 차질을 빚는 이유 중 하나다.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부실시공 아파트의 설계·시공·감리 업체와 LH 내부 직원에 대한 경찰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 하도급과 담합 관련 위법은 없었는지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도 받고 있다. 감사원 조사도 예정돼 있다.

2028년까지 공공분양주택 50만 가구를 공급하기로 한 정부 계획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공공주택 50만 가구의 63%(31만6000가구)를 LH가 담당하고 있다. LH가 상반기 착공한 공공주택은 작년 동기대비73% 줄어든 1713가구에 불과하다.

민간 부문 공급도 줄어들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상반기 주택 인허가 물량은 18만9213가구로 전년 동기(25만9759가구)보다 27.2% 줄었다. 착공은 9만2490가구로 작년 상반기(18만8449가구)보다 50.9% 감소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민간주택에 이어 공공주택마저 공급에 차질을 빚으면 3~4년 뒤 입주 물량 부족으로 집값이 급등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