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 도심에서 지하철로 1시간 거리에 있는 이타바시구 다카시마다이라. 세대공존형 임대주택 ‘유이마루’에는 뛰어노는 아이가 쉽게 눈에 띈다. 주민 다카시(65)는 “처음에는 노인 가구가 많았는데 지금은 젊은 세대 가구가 비슷한 비율”이라며 “멀리서 이사 왔는데 집에서 이웃 아이들이 노는 소리를 들을 수 있어 좋다”고 했다.

한국보다 먼저 고령화 문제에 직면한 일본에서 ‘세대공존형 임대주택’이 주목받고 있다. 이곳에선 고령자와 젊은 세대가 이웃으로 거주한다. 공공과 민간이 “도시까지 늙게 할 순 없다”는 절박함에서 낸 해결책이다. 일본에서는 젊은 가구엔 저렴한 임대료, 고령 가구엔 사회적 지원을 유인책으로 한 ‘젊은 실버타운’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고령 가구는 월 임대료(전용면적 45㎡ 기준 80만원가량)에 더해 매달 35만원 정도를 내면 교육, 상주 간호 등의 복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이웃인 청년 가구는 경우에 따라 같은 크기 주택에 10% 가까이 저렴한 임대료로 거주할 수 있다. 청년은 주거 부담을 낮추고 고령자는 복지와 함께 활력을 얻는 것이다.

전형적인 대도시 외곽 아파트촌이던 다카시마다이라는 한때 공동화 현상이 벌어졌던 지역이다. 경제 성장기에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섰지만 경기 불황과 고령화로 도시를 떠나는 청년이 줄을 이었다.

일본 도시재생기구인 UR이 도시재생 사업에 나서면서 도시가 변화하기 시작했다. 유이마루 같은 민간 기업은 기존 주택을 재임대해 세대공존형 임대주택이라는 아이디어를 실현했다. 입주민 마쓰다는 “우리 단지는 노인만 사는 실버타운이 아니다”며 “동네가 활기찬 것 자체가 축복”이라고 했다.

지역 차원에서도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UR 관계자는 “젊은 가구가 지역으로 돌아오고 어린이 도서관 이용객이 다시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쿄=유오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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