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한국의 광복절이자 일본의 태평양전쟁 패전일인 15일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에 공물을 봉납했다.

이날 교도통신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자민당 총재’ 명의로 야스쿠니신사에 사비로 공물을 바쳤다. 기시다 총리가 야스쿠니신사에 공물을 봉납한 것은 2021년 10월 총리에 취임한 후 이번이 여섯 번째다.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담당상 등 일본 내각 각료와 국회의원 70여 명은 야스쿠니신사를 직접 참배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일본 도쿄 무도관에서 열린 ‘전국전몰자 추도식’에 참석해 “우리가 누리는 평화와 번영은 전몰자의 소중한 목숨과 고난의 역사 위에 쌓아 올려진 것임을 한시도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제국주의 침략 피해국에 대한 반성은 언급하지 않았다. 반면 나루히토 일왕은 추도식에서 “과거를 돌아보며 깊은 반성 위에 서 전쟁의 참화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한국 외교부는 이날 대변인 논평을 내고 “정부는 일본의 과거 침략 전쟁을 미화하고 전쟁 범죄자를 합사한 야스쿠니신사에 일본 정부와 의회의 책임 있는 지도자들이 또다시 공물료를 봉납하거나 참배를 되풀이한 데 대해 깊은 실망과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야스쿠니신사에는 도조 히데키 등 태평양전쟁 A급 전범 14명을 포함해 전범 246만6000여 명이 합사돼 있다. 한국, 중국 등에서 강제 징용된 피해자도 유족 측 의사와 무관하게 합사돼 있어 광복절마다 논란을 빚어왔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