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등급도 정쟁 소재로…"美국채 인기 때문에 정치권 위기감 못느껴"
"美정치권, 구태 못벗을 것"…신용등급 강등 뒤에도 우려 확산
미국이 재정 악화와 국가채무 부담 증가 등을 이유로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됐지만, 연방 의회가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은 적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현지시간) 미국의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하향한 신용평가사 피치의 결정과 관련, "민주당과 공화당은 재정 정책과 관련한 기존 문제점을 고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피치는 미국의 신용등급을 낮추면서 정치권의 과도한 지출과 감세 정책과 함께 양당의 정쟁으로 인한 거버넌스 악화 등을 이유로 들었다.

거버넌스 악화는 민주당과 공화당이 국가 부채한도 상향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는 상황 속에서 디폴트가 임박해서야 문제를 해결하는 사태가 반복되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그러나 피치의 신용등급 강등 결정은 오히려 양당의 정쟁 소재로 사용되고 있을 뿐 문제가 해결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일단 조 바이든 행정부 인사들은 신용등급 강등의 책임을 전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돌리면서 피치의 결정을 비난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공화당 측은 민주당의 과도한 재정 지출이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기존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워싱턴DC의 싱크탱크 '초당적정책센터'(BPC)의 샤이 아카바스 경제정책국장은 "연방 의회에서 국가 예산과 재정의 문제점을 해결하려는 정치적인 의지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며 재정 악화 문제가 오히려 악화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현재 미국은 지출 증가 탓에 사회보장기금이 2034년 고갈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기금 고갈로 인한 사회적 혼란이 발생하기 전에 정치권이 대책을 세워야 하지만, 양당이 당장 논의에 나설 분위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도입한 각종 감세 제도도 뜨거운 감자다.

각종 감세 제도의 일몰 시점이 도래하는 2025년에 앞서 양당이 연장 여부 등을 논의해야 하지만, 폐지를 주장하는 민주당과 유지를 원하는 공화당이 합의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논쟁만 하다가 현 제도가 유지될 개연성이 높다는 것이다.

신용평가사 피치도 신용등급 강등을 결정하면서 연방 의회가 재정에 부담이 되는 각종 감세 제도를 연장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WSJ은 신용등급 강등이 미국 정치권의 행동을 끌어내지 못하는 이유로 국제 금융시장에서 미국 국채의 높은 인기를 들었다.

신용등급 하락이 미국 국채의 수요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미국 정치권이 별다른 위기감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싱크탱크 미국기업연구소(AEI)의 마이클 스트레인 경제정책국장은 "미국 경제에 대한 시장의 신뢰 때문에 정치권의 안일함이 계속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