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은행권에서 거액의 횡령사고가 또 일어났습니다.

왜 이런 일들이 반복되는 걸까요 경제부 신용훈 기자입니다.

신기자 이번 경남은행 횡령사고, 액수로만 보면 역대 두 번째로 큰 규모 이지요?

<기자>

지난해 발생한 697억원 규모의 우리은행 횡령사고 다음으로 큰 규모입니다.

전체 금융사고 가운데 은행권에서만 매년 30~40여건씩 크고 작은 사고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우리은행 사태이후 내부통제 강화가 시작된 지난해에도 상반기에만 18건의 금융사고가 있는 등 크게 줄어들지는 않는 모습입니다.

<앵커>

금융사고는 이어지고 있고 또 다시 거액의 횡령사건이 생겼습니다. 그 배경은 무엇인가요?

<기자>

흔히들 내부통제 문제라고 하는데요. 결국 직원 관리부실이 주요 원인으로 풀이됩니다.

한 직원을 일 잘한다고 너무 믿었고, 믿다 보니 설마 이 직원이 이렇게 큰 부정을 저지를까라고 생각했던 겁니다.

실제로 횡령 직원 A씨는 상당히 부지런하고 일잘하기로 소문난 인물이었다고 합니다.

내부의 신뢰를 바탕으로 전문적인 PF대출 업무를 15년간 담당을 해오면서 잘못된 길을 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우리은행 횡령사건때도 한 직원이 한 부서에 오래 근무 했었지 않나요?

<기자>

우리은행때도 한 직원이 10년간 같은 부서에서 근무를 하면서 지속적으로 자금을 빼돌렸었고, 또 가족계좌로 돈을 빼돌렸다는 점도 두 사건의 공통점 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앵커>

이렇게 장기간 거액을 빼돌리는 동안 금융당국의 정기검사는 없었던 건가요?

<기자>

물론 있었습니다.

금융감독원이 금융사들 돌아가면서 경영실태를 검사하는 정기 검사가 21년 11월에 있었고요. 그 이전에는 2018년 6월에 있었습니다.

<앵커>

2년에 한 번 꼴로 정기검사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횡령사실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부분은 이해가 가질 않는데요.

<기자>

사실 당국의 정기검사는 사고가 나고나서 진행하는 검사하고는 성격이 다르기 때문인데요.

당국 관계자의 말을 직접 들어보시죠

[백규정 금융감독원 국장 : 경영실태평가는 은행 전반의 경영 시스템을 보는 검사거든요. 사고 검사는 아니고요. 특정 은행에서 계좌를 따라가는게 아니라 예를 들어서 여신 관리 시스템이 여신 심사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지 여신 위원회는 어떻게 되는지 이런 것들을 시스템적으로 보는 부분이라서 그리고 은행의 건전성 수익성 자본 적정성 우리 통상 말하는 것들 있지 않습니까 그런 것들을 보는 정기 검사는 있었습니다.]

<앵커>

정기검사에선 횡령사고 자체를 걸러내기 힘든 구조라는 이야기인데요. 그렇다면 같은 일이 계속 되풀이될 수밖에 없는 것 아닙니까?

<기자>

당국의 검사만으로는 은밀히 이뤄지는 횡령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엔 분명 한계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개인정보와 자금을 취급하는 은행은 업무 스타일이 폐쇄적이기 때문인데요.

업무 담당자 혼자서 처리하고 파일링해두는 업무가 꽤나 많습니다.

특히 전문성이 요구되는 PF대출이나 인수금융 같은 분야는 해당 직원이 아니면 업무의 전후관계조차 파악하기 어려운 케이스들도 있습니다.

결국 직원을 믿고 맡겨야 하는데 지금의 상황을 보면 이것 또한 정답은 아니어서

은행들이 직원들의 보직을 자주 변경해주고 큰 자금을 만지는 업무의 직원들의 순환주기는 더 빠르게 하는 노력들

그리고 여러 직원들의 검증절차를 거치게 하는 식의 방법 등도 필요해 보입니다.

<앵커>

시스템이 고도화되는 만큼 도덕성도 따라가 줘야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보통 은행원들은 연봉이 많은 직종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횡령의 유혹에 쉽게 빠지는 이유에 대해서 업계에서는 어떻게 보고 있나요?

<기자>

사고가 난 경남은행 내부직원들은 물론이고 다른 은행들에서도 이렇게 대규모 횡령 사고가 날 때 마다 의아해하고 있습니다.

도박을 해서 큰 빚을 졌다거나, 투자를 하려고 무리하게 돈을 끌어다 썼다는 등 여러가지 설들이 나돌기도 하는데요.

남부럽지 않은 월급 받으면서 왜 굳이 저렇게까지 했을까? 라는 시각이 대부분 입니다.

<앵커>

같은 은행원들 조차 말이지요?

<기자>

네, 해당 직원을 잘 아는 같은 부서에 근무했던 직원분들 조차도 전혀 눈치 못챘고,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는 반응들이 많았습니다.

결국 1차적인 횡령의 원인은 여타 범죄처럼 개인의 심리나 도덕성 등의 문제로 결부해서 바라보는 수밖에 없을 것 같고요.

2차적으로는 거액의 횡령죄에 대한 상대적으로 낮은 형량도 꼽힙니다.

양형위원회의 자료를 보면 300억원 이상의 횡령죄의 양형 기준은 기본이 5~8년, 가중이 7~11년 정도입니다.

그 이상의 기준은 없습니다. 수천억원 대의 돈을 횡령했어도 기본 5~8년 형량만 채우면 된다는 이야기 입니다.

미공개 정보나 시세조종 같은 증권범죄 양형 기준이 300억원 이상이 기본 7~11년, 가중 9년~15년인데 이보다 적습니다.

<앵커>

손쉽게 서류조작 몇 번해서 수백억 빼돌리는 것에 대해서 크게 경각심이 안 생길 수도 있겠군요.

개인적인 형벌이외에서 이번 건으로 경남은행 기관자체에 대한 징계도 피할 수 없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기자>

'금융기관검사및제재에관한규정'을 보면 총7개의 제재대상 행위가 있는데요 이가운데 이번 횡령건으로 제재를 받을 수 있는 부분이 횡령, 공신력 훼손, 감독 태만 이렇게 3가지 정도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관뿐 아니라 감독 책임자인 기관장에 대한 제재까지도 예상을 할 수 있습니다.

현재 당국에선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이고 완전히 혐의점이 밝혀진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징계 수준에 대해 언급할 단계는 아니라고 말했는데요.

구체적인 제재 내용은 검사가 완전히 끝나봐야 알 수 있겠지만 만약 기관장 제재까지 가게 된다면 예경탁 경남은행장 뿐아니라 빈대인 BNK금융그룹 회장 등에도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경제부 신용훈 기자였습니다.

영상취재 : 김재원

영상편집 : 김민영

CG : 이혜정
끝나지 않은 닮은꼴 횡령...안막나 못막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