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우의 IT인사이드] 굿바이 트위터
“지금 막 내 트위터 세팅함(just setting up my twttr).”

트위터 창업자인 잭 도시는 2006년 3월 21일 이런 글을 남겼다. 훗날 대체불가능토큰(NFT)으로 만들어져 290만달러(약 37억원)에 낙찰되기도 한 최초의 트위터 메시지다.

트위터는 당시로선 혁신적인 SNS였다. 초창기에는 이미지, 영상 등의 기능은 없었고 최대 140자의 텍스트만 입력할 수 있는 마이크로 블로그에 가까웠다. 자신이 글을 쓰는 것은 물론 유명인의 사적인 글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사람들의 환호를 받았다. 2년 먼저 출시된 페이스북이 사람 사이의 네트워크에 초점을 맞춘 반면 트위터는 이용자 개인이 미디어가 될 수 있다는 데 방점이 찍혀 있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같은 유명 인사의 글은 물론 전 세계 수많은 장삼이사의 글을 읽고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었다. 한국에서도 네이버의 ‘미투데이’, 다음의 ‘요즘’ 같은 마이크로 블로그 서비스가 생겼지만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한 채 종료됐다.

단문과 해시태그로 전 세계 확산

해시(#) 기호를 활용해 특정 주제의 글을 모아서 볼 수 있는 해시태그도 트위터에서 처음 도입됐다. 원래 해시태그는 프로그래밍 C언어의 기호로 우선 처리해야 하는 명령어 앞에 사용됐다. 2007년 구글 개발자였던 크리스 메시나가 트위터에서 # 기호를 이용해 정보를 모으면 어떻겠냐고 제안한 것을 시작으로 활용됐다. 2009년 트위터가 공식적으로 하이퍼링크 기능을 도입하면서 해시태그를 클릭하면 같은 해시태그가 달린 글을 모두 볼 수 있는 현재와 같은 형태가 완성됐다.

트위터의 이런 기능 덕분에 순기능을 한 사례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2009년 이란에서 대통령 선거 직후 부정 선거 논란으로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을 때 실상을 세계에 알린 게 대표적이다. 2011년 중동·아프리카 지역에서 민주화 운동인 ‘아랍의 봄’이 확산할 때도 트위터가 기성 언론보다 더 큰 역할을 했다. 2017년 문화예술계를 시작으로 번져나간 성폭력 고발 ‘미투(me too)’ 운동 역시 트위터가 주요 통로였다.

X로 바뀐 트위터의 미래는

트위터는 이용자 증가와 사회적 영향력 확대 등에 힘입어 2013년 기업공개(IPO)에 성공했다. 하지만 경영 측면에서 늘 위기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이 창작자 중심의 생태계를 구축한 반면 단문 텍스트 중심이었던 트위터는 이 같은 변화를 쉽게 따라잡지 못했다. 2016년 경영난으로 매각을 추진했지만 후보자였던 구글과 월트디즈니, 세일즈포스 등이 모두 인수를 포기하면서 무산되기도 했다.

결국 트위터를 품에 안은 사람은 일론 머스크다. 작년 4월 9.2%의 지분을 확보해 최대주주가 됐고 작년 10월에는 440억달러(약 56조원)를 들여 지분 전량을 사들였다. 인수 이후 직원 절반을 해고하는 등 대규모 구조조정도 단행했다. 서비스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글자 수가 대표적이다. 초창기 140자에서 2017년 280자까지 늘어난 트위터의 글자 수 제한은 머스크가 인수한 뒤 4000자로 늘어난 데 이어 올해 1만 자까지 확대됐다.

지난 4월 트위터 법인을 X 코퍼레이션과 합병했고 지난달에는 서비스 이름을 X로 전격 교체했다. 지난달 28일엔 미국 샌프란시스코 트위터 본사 건물의 파랑새 조형물이 새 서비스인 X 로고로 교체됐다.

머스크는 새로운 서비스를 텍스트, 이미지, 영상 등을 활용한 SNS에 그치지 않고 쇼핑, 원격 차량 호출, 결제, 금융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춘 ‘슈퍼 앱’으로 탈바꿈한다는 계획이다. 트위터가 어떤 모습으로 바뀔지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전 세계 사람들이 짧은 문장을 쏟아내던 그동안의 트위터와는 많이 다른 모습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