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27일 발표한 ‘2023년 세법개정안’이 시행되면 향후 5년간 서민·중산층의 세 부담이 6000억원 이상 감소한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상속세제 개편, 법인세율 추가 인하 등은 올해 세법개정안엔 담기지 않았다. 기재부는 지난해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소득세, 법인세, 부동산세 등 세제 전반을 고친다는 의미에서 ‘세제 개편안’이란 표현을 썼지만 올해는 작년 같은 수준의 세제 개편은 아니라는 취지에서 ‘세법개정안’을 내는 것이라고 밝혔다.

기재부에 따르면 올해 세법개정안 그대로 국회를 통과하면 향후 5년(2024~2028년)간 4719억원의 세수 감소(직전연도와 세수 증감 비교하는 순액법 기준)가 예상된다. 세수 감소 혜택이 돌아가는 대상을 보면 총급여 7800만원 이하 서민·중산층의 세 부담이 6302억원 감소한다. 이어 고소득자 710억원, 중소기업 425억원, 대기업 69억원 순이다.

세수 감소를 세목별로 보면 소득세가 5900억원, 부가가치세가 437억원 줄어든다. 세수 감소 효과가 가장 큰 항목은 자녀장려금 확대(5300억원)다. 출산·보육수당 비과세 확대(642억원), 장기저당주택차입금 이자 상환 소득공제 확대(220억원)도 감소 요인이다. 반면 법인세수는 1690억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세입 여건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지만 투자, 일자리 창출, 서민·중산층과 미래 세대를 위해 꼭 필요한 분야에 세제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고심했다”며 “세수 감소 효과도 5000억원 수준으로 큰 틀에서 세수 중립적으로 세법개정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올해 세법개정안에선 ‘경제 활력 제고’도 핵심 키워드다. ‘상저하고’(상반기 부진, 하반기 회복) 전망을 현실화하려면 세제 지원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K영상 콘텐츠 투자에 대한 세제지원, 국가전략기술 및 신성장 기술 세제지원 확대, 해외 진출기업의 국내 복귀기업 세제 지원, 가업승계 증여세 부담 완화 등이 대표적이다.

일각에선 사상 최악의 ‘세수 펑크’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추가 감세로 건전재정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추 부총리는 그러나 “지금처럼 경제 상황이 어려울 때는 세금 부담을 줄여 기업과 국민들의 투자·소비 여력을 확보해주는 게 맞다”며 “세금을 더 거두는 정책은 타이밍상 맞지 않다”고 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가 이번 개편안에 빠진 것과 관련해선 지난해 부동산세 전반에 대한 부담을 낮춘 데다 내년 5월까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유예된 만큼 시간적 여유가 있는 점도 고려했다고 기재부는 밝혔다. 상속세를 부모가 물려주는 금액 전체(유산세)가 아니라 자녀가 상속받는 금액(유산세)으로 바꾸는 방안은 좀 더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