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금융그룹이 올해 상반기 9조원을 웃도는 당기순이익을 냈다. 반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이다. 경기 악화와 대출 부실 등에 대비한 충당금을 작년보다 두 배 더 쌓았지만 순이자마진(NIM) 증가에 힘입어 은행을 중심으로 20조원 가까운 이자이익을 거둔 덕분이다. KB와 하나금융의 실적 상승세가 가팔랐다. 하지만 예대금리차(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 축소와 연체율 상승에 따른 충당금 추가 적립 등으로 하반기엔 순이익이 줄어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고금리·기업대출 증가 효과

4대 금융지주, 상반기 순익 9조 '사상 최대'
27일 2분기 실적을 발표한 신한 하나 우리금융과 지난 25일 실적을 내놓은 KB금융 등 4대 금융그룹의 상반기 합계 순이익은 9조1824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8조8473억원)보다 3.8% 늘어난 것으로 반기 기준 역대 최대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에도 시장금리가 상승하면서 은행이 벌어들인 이자이익이 증가한 영향이 컸다. 4대 금융그룹의 상반기 이자이익은 19조8472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18조9952억원)에 비해 4.5% 늘었다. KB금융의 이자이익이 5조759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수익성 지표인 NIM이 2.1%로 4대 금융그룹 중 가장 높은 덕분이다. 이어 신한(5조995억원) 하나(4조3199억원) 우리(4조1030억원) 순이었다. 증시 회복으로 유가증권 평가이익이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

4대 금융그룹의 상반기 실적은 막대한 충당금 적립액을 감안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다. KB금융은 상반기에 전년보다 177.4% 급증한 1조3195억원의 충당금을 쌓았다. 신한(1조95억원·전년 대비 67.8%) 하나(7774억원·84.1%) 우리(8178억원·64.5%) 등 4대 금융그룹의 충당금은 3조9242억원에 이른다. 작년 상반기(1조9963억원)에 비해 96.6% 늘어난 수치다.

4대 금융그룹은 탄탄한 실적을 바탕으로 주주 환원책도 발표했다. 신한금융은 이날 주당 525원의 분기 배당과 함께 1000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소각을 결정했다. 하나금융도 주당 600원을 분기 배당한다. 우리금융은 분기 배당(주당 180원)을 처음 도입했다.

○하나금융, 순이익 2조 첫 돌파

KB금융이 상반기 2조9967억원의 반기 기준 최대 순이익을 기록하면서 ‘리딩뱅크’(1등 금융지주)에 올랐다. 2분기에도 KB금융은 탄탄한 이자이익과 비용 절감 효과를 앞세워 분기 기준 최대인 1조4991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신한금융은 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 감소한 2조6262억원을 기록했다. 2분기 순이익(1조2383억원)도 전년에 비해 4.6% 줄었다. 충당금 적립과 디지털 등 정보기술(IT) 투자 확대로 판매관리비가 증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하나금융의 상반기 순이익은 사상 최대인 2조209억원으로 집계됐다. 외환파생 관련 트레이딩 실적 개선 등 비이자수익이 작년보다 196.5%나 급증한 1조3701억원에 달했다. 우리금융의 상반기 순익은 1조5386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12.7% 줄었다. 4대 금융그룹 가운데 상반기 순이익이 두 자릿수 감소한 곳은 우리금융이 유일하다. 비이자수익(7828억원)이 전년보다 20% 넘게 줄면서 실적을 끌어내렸다.

4대 금융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은행 실적은 국민은행이 상반기 1조8585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1위 자리를 굳혔다. 작년에 이어 올 1분기 은행권 순이익 1위에 올랐던 하나은행은 2분기 순이익(8683억원)이 1분기(9707억원)보다 10.6% 줄면서 상반기 전체로는 2위(1조8390억원)로 내려왔다. 신한은행은 전년보다 0.1% 줄어든 1조6805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우리은행도 조달비용 상승에 따른 NIM 축소 등으로 상반기 순이익이 작년에 비해 5.3% 감소한 1조4720억원으로 집계됐다.

○증권·보험 ‘웃고’, 카드 ‘울고’

비은행 부문에선 증권사와 보험사가 주식시장 회복에 따른 거래 증가와 새 보험회계기준(IFRS17) 적용 효과 등으로 실적이 개선됐다. KB증권과 KB손해보험의 상반기 순이익은 2496억원과 5252억원에 달했다. 신한투자증권의 순이익도 작년보다 27.9% 늘어난 2419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신한라이프 순이익은 32.0% 증가한 3117억원으로 집계됐다. 조달 비용이 늘어난 탓에 신한카드(3169억원)와 KB국민카드(1929억원)의 순이익은 각각 23.2%, 21.5% 줄었다.

비은행 계열사의 이익이 줄어들고 있는 점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하나금융은 하나증권(346억원·전년 대비 -75.1%)과 하나캐피탈(1211억원·-25.8%) 하나카드(726억원·-38.8%) 등 주요 비은행 계열사의 상반기 순이익이 전년보다 두 자릿수 감소했다. 증권과 보험 계열사가 없어 은행 의존도가 높은 우리금융도 우리카드(820억원·-38.7%)와 우리금융캐피탈(710억원·-43.2%) 등이 부진한 실적을 냈다.

김보형/정의진 기자 kph21c@hankyung.com